깊어가는 가을밤 ‘명품 연극’ 줄이어

조승우 '햄릿'·송승환 '더 드레서'·김성녀 '벽 속의 요정' 등 관객몰이
고전 원작 '레 미제라블', 영화 바탕 '타인의 삶'도 무대행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더 드레서'의 한 장면. /국립정동극장

사색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깊이 있는 연극 작품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토월정통연극시리즈로 선보이는 연극 '햄릿'은 CJ토월극장에서 다음 달 17일까지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한 작품인 '햄릿'을 신유청 연출이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했다. 신 연출은 연극 '그을린 사랑'으로 202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백상연극상을 수상했으며 '와이프'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다.

'햄릿'으로 연극 무대 데뷔한 배우 조승우. /예술의전당

특히 이번 공연은 영화와 TV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인 조숭우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연극이다. 여기에 박성근, 정재은, 전국환, 김영민, 백석광, 이남희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티켓은 오픈과 함께 전석 전 회차가 매진됐다.

국립정동극장에서는 연극 '더 드레서'가 다음 달 3일까지 상연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하나인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의 노배우와 그의 의상 담당자가 연극 '리어왕'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겪는 일을 그린다.

59년 경력의 배우 송승환이 초연·재연에 이어 이번에도 '선생님'(Sir)으로 불리는 배우를 연기한다. 오만석과 김다현은 선생님을 보필하는 드레서 노먼 역을 소화한다.

배우 김성녀가 '벽 속의 요정' 2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지난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마당놀이로 친숙한 원로배우 김성녀가 출연하는 '벽 속의 요정'은 올해 20주년을 맞아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스페인 내전 당시 30년 동안 벽 속에 몸을 숨기고 살아간 아버지와 딸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의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한국전쟁으로 30년을 벽 속에 숨어 살아온 아버지와 홀로 가정을 지킨 어머니, 벽 속에 요정이 산다고 믿는 딸의 이야기다. 김성녀는 다섯 살 아이부터 아버지, 어머니, 요정까지 32개 역할을 혼자서 연기하는 동시에 노래 12곡까지 선보인다.

11월에는 대작 연극 '레 미제라블'과 초연작인 '타인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로얄씨어터의 '레 미제라블'은 11월 21∼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레 미제라블'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삶을 통해 사회적 모순 속에 사라져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그려낸 걸작이다.

중견 배우 전노민이 주인공 '장발장'으로 출연한다. 악역인 '쟈베르'는 배우 윤여성과 김명수가 번갈아 연기한다. 또 가수 출신인 그룹 신화의 이민우와 그룹 씨야의 남규리가 연인 사이인 '마리우스'와 '코제트' 역을 맡는다.

연극 '레 미제라블' 포스터. /로얄씨어터

연극 '타인의 삶'은 다음 달 27일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첫 선을 보인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가 극작가 드라이만과 인기 배우 크리스타 커플을 감시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 변화를 그린다. 원작 영화는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호평 받았다.

연극은 영화의 정서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해석하며 인간 본성을 고찰한다. 비즐러 역에는 윤나무, 이동휘가 캐스팅됐고, 드라이만 역은 최근 드라마 '굿 파트너'에서 변호사 정우진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김준한과 정승길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