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지급여력비율 하락 우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카드사 등 여전사들은 조달비용 부담이 줄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여전사들은 높은 조달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예금 등 자체 수신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카드·캐피털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등을 발행하는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높은 조달금리에 따른 비용 부담은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II AA+ 등급의 3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기준 3.365%다. 2022년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직후 6%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3%대로 낮아진 상태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만큼 여전채 금리도 지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 금리는 먼저 반응했다"면서도 "당장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이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다보니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업권은 기준금리 인하가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수익성과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우선 금리하락은 보험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평가손익은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는 점은 부정적 요소다. 보험사들은 주로 채권 투자로 자산운용을 하고 있어서다. 다만 보험사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타격 규모는 다를 수 있다.
금리 인하에 따라 지급여력비율(K-ICS)이 낮아질 수도 있다.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 기존 지급여력제도(RBC)와 달리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사는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기간을 뜻하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다. 금리 하락시에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격이 올라가는데, 부채 듀레이션이 긴 만큼 부채가 자산보다 더 많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자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급여력비율 하락은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자산의 금리 민감도보다 크기 때문에 금리 하락시 자본이 감소하게 된다"며 "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지금여력비율에 부정적인 영항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손해보험보다 생명보험 지급여력비율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