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해·미수금 발생 우려, 선제 대응
내부통제 강화 분위기…업계 전반 확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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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은 고려아연 종목 관련 신용대출을 막았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증거금률을 상향해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다툼이 과열 양상에 접어들자, 투자자 피해와 미수금 발생 가능성 등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을 기반으로 한 공개매수의 주가상승 효과는 일시적이다. 급등했던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신용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질 수 있다.
이에 고려아연 종목에 대한 신용대출 중단 및 증거금률 상향 조치는 다른 중소형 증권사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KB증권은 고려아연과 영풍, 영풍정밀에 대한 신용·미수거래를 중단했다. 지난달 19일 이들에 대한 종목별 신용대출 한도를 낮췄는데, 아예 신용대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0일 영풍과 영풍정밀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높이고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분류했다. 이후 KB증권과 마찬가지로 고려아연에 대한 종목별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 11일 고려아연의 증거금률을 30%에서 100%를 상향하며, 신규대출과 대출 만기연장을 막았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고려아연의 증거금률을 30%에서 40%로 상향했다.
이는 고려아연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가 과열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게 되면,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75만원→83만원→89만원까지 상승했다.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도 2만원→2만5000원→3만원→3만5000원까지 올랐다.
경영권 분쟁으로 오른 주가는 사태가 종료되면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신용대출을 통해 투자를 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실을 볼 수 있고, 증권사 입장에선 미수금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영풍제지 주가 급락로 인해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던 키움증권과 같은 사례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영풍제지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오르자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조작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미수금도 4333억원(회수 금액 610억원 반영)이 발생해 작년 4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해당 종목에 대한 신용대출 중단 조치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하는 등 감독당국의 엄정한 시각이 드러난 만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KB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신용보증금률 및 위탁증거금률 상향 등의 리스크 관리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며 "종목별 재무지표, 수익지표, 유동성, 시세변동성, 시장조치 등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종목군 분류 및 위탁증거금률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