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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오늘만 봤다” 최윤범 회장, 기간산업 지키기 ‘총력’…영풍과 화해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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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4. 10. 02. 19:31

2일 기자회견서 자사주 공개매수 배경 발표
"원아시아·이그니오 등 합리적 판단하 투자"
"영풍측 공개매수 참여시, 투자재원 획득 가능"
최윤범 회장 기자회견-227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수성하기 위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상선 기자
경영권 분쟁 사태 이후 첫 공식석상에 나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향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에서 악의적으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회사 미래를 위한 전략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런 한편 최 회장은 영풍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을 두고 양사의 70여년간 동업관계를 깼다며 그의 경영능력에 대해 지적해왔으나, 최 회장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외부 세력에 넘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장형진 고문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영풍 측이 향후 어떤 제스쳐를 취할지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 이후 최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법원은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대응이 본격화됐다. 이후 고려아연은 즉각 이사회를 열고 총 2조663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한 뒤 전체 주식을 소각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자기주식 공개매수 취득 예정주식수는 320만9009주다.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한다. 주당 매수가격은 83만원으로, MBK측이 제시한 75만원보다 8만원 높다. 취득 기간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순수 재무적투자자인 베인캐피탈은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인 51만7582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가 MBK와 영풍을 막을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3주간 이날(공개매수 발표날)만을 보면서 살아왔다"며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정확한 계획을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고려아연의 미래와 임직원, 협력사, 주주들, 나아가 국가를 위해서도 MBK에 경영권을 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신해 이번 공개매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와 베인캐피탈의 관계가 영풍-MBK 사이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영풍이 MBK에 공개하기 어려운 조건을 달고 자사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넘겨줬다면,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최 회장 개인과의 계약으로 순수하게 투자 목적으로 협력했다는 설명이다.

최윤범 회장 기자회견-2273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수성하기 위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상선 기자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그간 최 회장의 경영 행보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했으나, 최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상세히 답했다. 앞서 MBK 측이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과도하게 출자했으며, 회사 사업과 무관한 이그니오홀딩스에 투자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최 회장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이 많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당사는 여유자금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 하에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했다"며 "특히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인 이그니오홀딩의 투자에 대해 실체가 없고 방만한 투자라는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인베스터데이에서 향후 15만톤의 동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그니오는 '도시광산'에서 동을 수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을 우리가 산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최 회장은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로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이들과 협력의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영풍은 MBK의 적대적 M&A에 가담해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석포제련소의 경영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영풍이 이번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 확대 등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는 석포제련소의 현안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비가 돼있다"며 "고려아연과 영풍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솔루션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화해가 됐건, 토론이 됐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원 판단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지자, MBK 측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단하는 추가 가처분을 법원에 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MBK가 주장하는 내용은) 이미 이날 판결이 난 가처분에 상당부분 재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알다시피 MBK의 공개매수가 하루(10월4일)밖에 안 남았다 보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극대화시켜 본인들의 공개매수를 참여하게끔 하는 의도로 보여진다. 투자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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