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펜타스 두달내 잔금 십수억
전문가 "새아파트 적기 공급 방해"
인접 신축단지 신고가 거래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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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와 용산구 일대 새 아파트 구매층이 사실상 '현금 부자'들로 굳혀지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하던 단지들이 분상제로 인해 악화된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올려받으려 공급 일정을 미루기 일쑤여서다.
공급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가 시공에 들어간 비용을 충분히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반대로 수요자 입장에선 청약 당첨 이후 입주까지 남은 기간이 촉박해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강남3구에서 공급될 아파트는 약 1만5000가구다. 작년 동기(1294가구) 대비 10배 이상 많다. 당초 2021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급을 예고했던 단지들이 최대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해 잇달아 '밀어내기 분양'을 시도한 영향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 들어서는 '메이플 자이'는 2022년 하반기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월 6일이 돼서야 1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인근 '래미안 원펜타스'도 2022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분양 시기가 계속 연기되다가 지난 6월 준공된 이후 7월 30일 1순위 청약을 받았다. 전날 특별공급을 진행한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 역시 당초 예정된 분양 시기는 작년 하반기였다.
이들 단지 입주 지정일은 각각 내년 6월, 이달 22일, 2026년 10월부터다. 대체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잖은 셈이다. 특히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이달 22일부터 60일 동안 분양대금 80% 수준의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전용 84㎡형 기준 최대 18억원에 달한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20억원 저렴하다는 사실에 예비 청약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며 "하지만 두 달 안에 잔금 80%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내 공급을 앞둔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청담르엘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아크로 리츠 카운티·디에이치 방배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잠실르엘 등도 모두 한 차례 이상 분양 일정을 미뤄 잔금 납부 일정이 빠듯할 전망이다.
아울러 이들 단지 모두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분상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이행을 3년간 유예하는 법안이 지난 2월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예가 끝나는 2027년에는 당첨자가 직접 입주해야 한다는 점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상제가 새 아파트 적기 공급을 방해하는 데다 실수요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현재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분상제 적용으로 인해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아파트 청약 및 분상제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분상제가 인접 지역 집값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3구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인접한 동작·강동구 일대 신축 아파트값 역시 덩달아 뛰고 있다"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분상제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실제 동작·강동구 일대 신축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2월 입주한 동작구 '흑석자이'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6일 17억5000만원(10층)에 매매 거래됐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전용 109㎡형 입주권도 지난달 5일 28억6890만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