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회사 합병 배경 밝혀
주요 신용평가사, 재무여력 개선 긍정적 평가
사업 시너지 확대 기대감도
|
최 회장이 합병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미래를 구상 했다면 외부에서는 눈 앞에 펼쳐진 재무 이슈에 주목했다. 신평사들은 일제히 이번 합병이 당장 재무 구조 개선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여력을 확보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신평사들은 결국 합병이 배터리기업 SK온의 재무 부담과 차기 투자 실탄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봤을 때 결국 SK온의 흑자전환 속도와 강도가 성공적 합병인지를 가를 것으로 봤다.
◇AI 시대 '준비'…현실화되는 최태원의 구상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고, 양사 대주주인 SK㈜ 또한 이튿날 이사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합병이 완료되면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의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최 회장은 올해들어 미국으로 잦은 출장을 떠나 AI 산업의 성장을 목도, 그룹의 변화 방향도 이에 맞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 첫 단추로 AI에 필요한 에너지 솔루션을 만들 회사를 출범시켰다는 평가다.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에 필요한 AI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최 회장은 간담회에서 "AI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쪽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서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한쪽(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등을 지니고 있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또 다른 한쪽(SK E&S)은 수소, 발전 등 전기 관련 사업을 갖고 있어 솔루션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배터리 시장에 대한 확신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에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원래 계획만큼 안돌아갈 확률이 생겼다"며 "그 현실을 인정하겠지만, 미래로 보면 성장성은 계속된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 주춤하지만 계속 잘할 것이니 그때까지 잘 돌아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AI사업 인프라를 확충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전세계의 데이터를 모으는 센터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등의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 차원에서 AI 전략을 정리, 정부에 건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신평사,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에 "긍정적"
신용평가사들 또한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합병에 대해 "합병 이후 강화된 현금 창출력은 SK온의 차입부담과 영업실적 부진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한국기업평가는 "합병 이후 영업현금창출 확대, 대규모 자본조달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재무안정성 제어 여력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사업 범위의 확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에너지 부문 내 사업기반 다각화를 통해 사업안정성 제고에 기여할수 있다"며 "향후 배터리 부문 가시적 영업성과와 기업공개 등에 기반한 재무구조 안정화 평가 여부가 합병 이후 중장기적인 신용도에 중대한 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앤텀의 합병 효과도 재무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한기평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으로 SK온의 차입부담이 일부 경감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결국은 SK온의 실적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평가했다. 한기평은 "자체 영업실적 개선이 수반되지 못한다면 합병에 따른 수익기반 강화 요인에도 자체 영업창출현금으로 자금소요를 충당하지 못해 재무부담이 재차 증가할 여지가 있다"며 "향후 전방 업황 회복, 미국 공장 가동률 개선에 따른 영업실적 회복 시기와 추가 자본조달을 통한 재무안정성 통제 여부를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