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에서 잔 갈아주면 번거로워"
작년 일회용 플라스틱 컵 과태료 6건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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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서 일하는 김모씨(35)는 이날 점심을 먹은 뒤 커피숍을 찾았다. 김씨는 "점심 시간 5~10분 카페에 앉아 있다가 다시 일하러 간다"며 "어차피 금방 나갈텐데 머그잔을 쓰다, 테이크 아웃 잔에 옮겨달라고 하기 귀찮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내 카페 28군데를 확인한 결과 16곳 매장에서 손님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잔을 이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중 6곳은 손님에게 다회용기를 일절 제공하지 않았다. 증권회사가 밀집한 지역 상가일수록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바이바이 플라스틱 챌린지 등 범국민적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캠페인이 진행 중이지만 커피숍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행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경우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단속은커녕 규정을 무시하는 업장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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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장 안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바쁜 평일 점심 시간에는 커피숍에 머무르고 싶다는 공간 수요보다 커피 그 자체를 마시고 싶은 음료 수요가 크다"며 "번잡스럽게 컵을 교체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2년 11월부터 식당과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나 종이컵을 사용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1년의 계도기간을 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환경부가 기존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며 매장 내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용했다. 지난해 말부터 매장 내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만 사용 가능해진 것이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여전히 3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다.
현장에서 매장 안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단속하는 일도 쉽지 않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서울 지역 카페만 2만개가 넘는다. 30명이 안 되는 서울시 자치구 담당 공무원만으로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계도·단속하는 일이 쉽지 않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에서 지난해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건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6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유행이던 2022년엔 과태료를 아예 부과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 일회용품 관리 정책이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만큼 서울시는 지난해 홍보·계도 약 7만7천건을 진행해 일회용품 관련 정책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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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동행 일자리 정책으로 충원된 현장 점검 시간제 근로자 3명과 함께 한 달 평균 300곳 매장 실태를 점검한다"며 "현장 인원이 매장 안에서 어떤 일회용 컵을 이용하는지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 어렵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복잡해 현장 적용이 어렵다며 환경 규제를 보다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도 기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친환경적인 소비라면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하려고 하고 있다"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것처럼 '심플'하게 환경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