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쟁점 '저장용량'서 한 발 물러서
'운영허가 기간'→'설계수명 기간'
"불필요한 정쟁 불식시키기 위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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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에 따르면 제22대 국회가 시작된지 2주 만에 고준위법이 총 3건 발의됐다. 이 특별법은 원전 가동 후 생기는 쓰레기(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으로, 원전 중단 여부를 떠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3건의 특별법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측 의원들이 발의했다.
특히 이번에 발의된 특별법들은 여당이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주요 쟁점이 됐던 것은 '부지 내 저장시설 저장용량' 규모다. 여당은 원전의 계속운전을 포함해 '운영허가 기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한 반면, 야당은 탈원전을 고수하며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번 여당 측 3건의 특별법 모두 '운영허가 기간'이 빠졌다. 김성원 의원과 김석기 의원은 '설계수명 기간'으로 명시했으며, 이인선 의원은 용량규모에 대한 내용 자체를 삭제했다. 이인선 의원은 제21대 국회에서도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당시 용량규모에 대해 '운영허가 기간'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인선 의원실 관계자는 "최종처분시설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인 법안으로, 최종처분시설이 만들어지면 부지 내 저장시설에 차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순차적으로 빠져 나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굳이 용량을 한정 짓기 보다는 불필요한 정쟁을 없애고, 하루 빨리 최종처분시설을 만들기 위해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석기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단서조항은 우리가 원전을 바라보는 의미 차원에서 넣은 것으로, 야당 측에서 삭제를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실무적으로 봤을 때 설계(저장)용량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것은 특별법 통과"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공은 야당에게 넘어갔다. 다만 문제는 야당이 여전히 탈원전을 전제로 한 특별법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원전 여부를 떠나 사용후핵연료의 최종처분시설 마련이 필수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더군다나 현재 원전 지역 주민들은 원전 부지 내 있는 사용후핵연료(습식)가 영구저장될 지 우려하고 있다. 통상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시설(저장조)에서 5~6년 가량 열을 식힌 후 건식저장시설(맥스터 등)을 거쳐 중간저장시설, 최종처분시설로 이동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에게 사용후핵연료가 다른 곳(최종처분시설)에 옮겨질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폐기 처분을 위해 절차를 규정하는 법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라며 "취지와 상관 없는 계속운전 방해에 대한 조항을 넣어서는 안된다. 절대 옳은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