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지역의료 회복 위해 필수
의료계 즉각 반발… '재항고' 방침
의료개혁에 분수령이 될 이번 법원 결정이 정부 측 승리로 끝나면서 27년간 이뤄지지 않았던 의대 증원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기각·각하했다.
이날 재판부는 소송참여자 가운데 의대교수와 전공의에 대해서는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며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행정법원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의대생들에 대해선 소송할 자격은 있다면서도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신청인들(정부)은 거점국립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분의 50% 내지 100%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며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한 합리적 결정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27년 만에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우리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요구로 2006년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하기도 했다.
이번에 증원하려는 2000명은 당시에 감축된 351명을 복원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서울고법에 제출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에 의하면 당시 참석 위원 23명 중 19명이 증원에 찬성하기도 했다.
의료계 측은 법원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만큼 정부는 계획대로 의대 증원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한편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의료계 집단행동은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비대위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의대 증원 최종 확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의료계가 정부를 압박하는 데 쓸 '카드'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 3월 말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사직이 이뤄진 사례는 드물었다. 의대 교수들이 그동안 몇 차례 휴진하긴 했지만, 환자를 떠난 사례가 많지 않아 큰 혼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