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위한 전제"
정부 "현명한 판단 감사"…의료계는 재항고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기각·각하했다.
이날 재판부는 소송참여자 가운데 교수·전공의 등에 대해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라며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행정법원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의대생들에 대해선 "소송할 자격은 있다"면서도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신청인들(정부)은 거점국립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분의 50% 내지 100%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며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한 합리적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7년 만에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요구로 2006년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다. 이번에 증원하려는 2000명은 당시에 감축된 351명을 복원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서울고법에 제출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에 의하면 당시 참석 위원 23명 중 19명이 증원에 찬성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법원의 결정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 총리는 "의료계는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의 뜻에 따라 집단행동을 멈추고 병원과 학교로 돌아와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의료계는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법원 결정에도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집단행동을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비대위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민 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는데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또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만큼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