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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의원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총선백서특별위원회 3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원인) 설문조사 결과가 정리되는대로 그 결과를 갖고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에서 만든 총선 패배 원인 설문지에는 한 전 위원장의 총선 메시지, 원톱 체제, 지원유세 효과 등을 묻는 문항이 포함돼 '한동훈 탓' 논란이 일었다. 당 일각에선 총선 패배의 원인을 함께 찾아가는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이미 '한동훈 탓'으로 방향을 정해놓은 것 같다는 의심도 나온다.
황우여 위원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개인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당 대표에서 사퇴한 것으로 정치적 책임은 봉합하자"고 주문했지만, 비공개 회의에서 조 의원은 "특정인 책임으로 몰고가선 안되지만 한동훈의 총선 캠페인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 의원 외에도 일부 참석자들이 '심판론' 맞불작전에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인물을 주어로 해선 안 된다는 건 받아들이지만, 패배 원인에 대해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직설법을 쓰나 은유법을 쓰나 읽는 사람은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준호 국민의힘 노원을 조직위원장은 "특정 누군가를 지목해가면서 누구 책임이다, 누구 책임이다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결국 그 화살표가 특정한 곳을 향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들도 총선백서의 방향을 우려하며 이미 논란에 휘말린 백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동훈 책임론으로 결론 내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는가? 백서 작업이 그렇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 서구갑에 출마했던 박상수 변호사도 이날 한 방송에서 "조 의원은 한 전 위원장과 '훈훈브라더스'라고 이야기하며 선거 캠페인을 해놓고 충격적이란 생각까지 든다"며 "3월말 4월초 우리는 개헌선이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조심판론은 이번 선거에서 낙동강 저지선처럼 200석을 내주지 않는 마지막 최종 저지선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선인은 본지에 "백서를 만드려면 우리당이 대패한 수도권의 유권자들을 먼저 만나거나, 숱한 논란이 불거진 김준혁 당선인에게 패한 경기 수원정 같은 곳부터 가야 하지 않느냐. 그래야 우리가 왜 졌는지 들을 수 있을텐데 의아하다"고 했다. 또 다른 영남권 당선인도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대통령보다 더 길다는 걸 모르는 미련한 사람들이 참 많다. 이러면 당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한편 백서특위는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면담을 마쳤고 이후 한 전 위원장과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 등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