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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중립관례 무너지나… “기계적 중립 없다”는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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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4. 04. 24. 19:21

조정식·추미애·정성호 3파전 속 ‘명심 경쟁’
[포토] '쌍특검법' 재의의 건 상정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 재의의 건이 상정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후보들 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내 경선이 사실상 국회의장 선거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 후보들은 당을 장악한 친명(친이재명)계에 어필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바쁘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국회의장의 중립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 내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는 4·10 총선에서 6선을 달성한 조정식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5선에 성공한 정성호 의원이 꼽힌다. 세 후보 모두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명심(明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추 전 장관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계적 중립, 협치가 아니라 민심을 보고서 국민을 위한 대안을 만들고 그걸 추진해야 된다"고 말했고, 정 의원도 지난 23일 같은 방송에서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어떤 다음 선거에서의 어떤 승리, 이런 거에 대해서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되겠다"고 했다. 조 의원도 지난 22일 같은 방송에서 "(국회의장이 되면) 당적을 내려놓지만 사실은 민주당이 배출한 의장이고 2년 간은 중립으로 있지만 그다음에 다시 당으로 복귀를 한다"면서 "당심이 민심이고 국민의 뜻이라면 반영을 해야 한다. 민주당 출신의 의장이 되면 총선 민심을 반영하는 국회의장이 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재직 기간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다. 때문에 국회의장은 선출되자마자 탈당을 하게 된다. 법안이 최종 의결되는 본회의를 진행하는 역할인 데다 본회의 개의권과 법안 상정권 등 막중한 권한을 갖는 자리인 만큼 재직 기간 동안은 여야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중립을 지키라는 취지다.
그러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들이 모두 '중립 관례'에 반대하며 그 취지를 무력화시키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총선 압승으로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입지가 막강해진 상황에 따른 결과다. 국회의장은 관례상 제1당이 가져가고, 국회법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재적 의원의 과반 득표를 얻어야 선출된다. 22대 국회에서 175석으로 과반이 훌쩍 넘는 의석을 갖게 된 민주당이 결정권을 쥔 것으로, 사실상 민주당 경선에서 이긴 후보자가 국회의장이 되는 셈이다. 당심(黨心)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당 장악력이 커진 친명계의 표심을 얻기 위한 주요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마저 내팽개친 '명심 대전'에, 당 밖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탈당파 출신인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은 여야가 정파적 이익에만 몰두하여 극한대립으로 치달을 때 잠시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이자, 양보와 타협의 공간을 만들어 조정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조향장치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 의장 후보들은 이 브레이크와 핸들마저 떼어버리고 가속페달을 직접 밟겠다고 폭주족의 모습 그 자체"라며 "국회의장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고 있는 승객들은 민주당 국회의원과 강성지지층만이 아니다. 야당을 포함한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이고, 의회주의이고, 민주주의다. 법률에서 정한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의 정신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국회의장 후보들은 당장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희용 수석대변인이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발언은 우려를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는데,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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