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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인의 말이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그가 민주당 텃밭이자 보수 험지로 불리는 서울 도봉갑에서 야당의 압승 분위기를 뚫고 극적으로 당선된 생존자라는 점 때문이다. 또 30대 청년 정치인인 김 당선인은 앞으로 여당의 새바람을 예고하며 연일 여당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3일 서울 도봉구 쌍문역 인근 선거 사무소에서 만난 김 당선인은 "우리에게 남은 지방선거와 대선 모두 수도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며 "영남 의원들이 주류가 되면 당연히 그 정서를 대변하는 당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당선인은 최근 당내 3040 정치인들과 '첫목회'라는 모임도 결성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미래인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총선에서 2030세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로는 "미래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2030이 민주당을 싫어하는 지점은 위선과 뻔뻔함으로 분명하지만, 국민의힘이 '진정 우릴 위하는가'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1987년생, 36살 당선인의 눈에도 '이조심판론'과 '86 운동권 청산론'은 심정적으로 와닿지 않는 아젠다였다고도 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1일 새벽 1시경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역전해 1098표, 1.16% 포인트(p) 차이로 승리했다. 국민의힘의 참패 속에서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다. 김 당선인은 "4년 간 지역에서 만났던 도봉구 주민분들이 '도봉구 토박이'인 제게 일할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서는 "민심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받아들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108을 얻은 후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을 선임했다. 전날에는 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에 두 번이나 내려와 직접 브리핑을 하고 질문을 받는 등 소통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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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보여준 민심을 대통령이 자신의 방향대로, 스타일대로 받아들였다고 본다. 대통령실이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있고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는 걸 우리가 폄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직접 느껴본 총선 민심은 어땠나.
"정권 심판론이 정말 매서웠지만, 지역 주민 분들이 '도봉구 토박이'인 절 믿어주신 것 같다. 도봉구민들이 가져왔던 어떤 염원을 풀어줄 수 있는 적임자에게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니 '학교에 잔디를 깔아주겠다'고 했던 공약이 굉장히 호응이 좋더라.
"지역을 다니면서 도봉구 주민들도 많이 뵀지만 우리동네 이웃으로서 어린 친구들도 참 많이 만났다. 이 친구들에게 학교에 잔디를 깔아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한 공약인데 굉장히 좋아해주셨다."
-'더커뮤니티' 예능프로그램이 선거 전에 공개됐는데, 선거운동 기간에 반응이 어땠나.
"많이 알아보신다. 2030 여성분들이 아는 척 하면 90~95%는 더커뮤니티를 보고 팬이 됐다고 하신다. 언제 공개될지 모르고 작년 11월에 촬영한건데 1월에 공개된 후 역주행해서 3~4월에 인기를 끌었다. 극중에서 빌런이었는데 결과적으론 좋았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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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조(李曺·이재명, 조국)심판과 586 운동권 청산이 3040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20대는 더더욱. 물론 들여다보면 다 연관돼있겠지만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감정적 영향을 미치는 멋진 아젠다는 아니었다고 본다."
-2030세대의 지지를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2030이 민주당을 싫어하는 지점은 확실하다. 위선, 뻔뻔함 등등 너무 많다. 근데 국민의힘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이 당이 우릴 진정으로 위하고 있나?' 이건 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결정적으로 미래 담론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수도권 후보들과 '첫목회' 모임을 만들고 소통하고 있더라.
"매달 첫번째 주 목요일에 만나는 3040 낙선자들의 모임이다. 저는 막내이자 당선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가진 형님들이 앞으로 정치를 하는데 원내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다. 수도권에 출마한 젊은 사람들은 말그대로 우리당의 '다음 세대' 미래다."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더라.
"남은 지방선거·대선 모두 수도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이기면 승리하고, 그 반대면 패배다. 영남 의원님들이 주류가 되면 당연히 그 정서를 대변하는 당으로 흘러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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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런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는데, 우리가 당에 책임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당대회 룰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당원 비율 100%를 70%, 50%까지 낮추고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적으로 5대5가 맞다고 본다. 공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기 위함이다. 우리는 정당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만 권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당을 운영하는 데는 국민 혈세가 쓰인다. 그런데 우리의 잔치니까 우리끼리 치르겠다? 무책임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과거 보수 정당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처럼 당내 소장파로서 역할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더라.
"저는 계속 하던대로 소신껏 하려고 한다. 지역 이슈에 있어서는 앞장서서 반대, 찬성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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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민 중인데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셋 중에 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22대 국회에서 만나게 됐더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느낌이랄까.(하하) 그래도 함께 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 불발을 두고 지지층 내에서 불안한 시선도 있더라.
"언젠가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 같은 뜻을 지향하는 사람들끼리는 힘들더라도 만나서 대화하고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