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탈락 73만명
가족관계 단절 등 부양 못 받는 사례 수만 건
"사각지대 원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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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공공부조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제외된 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제도는 수급 선정기준을 충족해도 일정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각종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급권자의 부모·아들·딸 등 직계혈족과 며느리, 사위 등을 말한다.
정부는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했지만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생계급여 경우 정부는 2021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지만, 부양의무자 연 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재산이 9억원 이상인 경우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이 아직 남아있다.
이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한 3가구 중 1가구가 탈락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탈락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29만9495가구 중 10만 9784가구(36.7%)가 탈락했다.
'소득인정액 초과'로 인한 탈락이 7만328가구,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 사유는 1104가구였다.
의료급여가 필요한 저소득층도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제외되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 소득기준은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자격을 얻지 못한 빈곤층이 73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실은 부양가족이 있어도 가족관계가 단절돼 부양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다. '기초생활수급 신청 시 가족관계 해체 및 부양 거부 사유서 등록 건수(2019~2023.9)'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2만9408건이 접수돼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의료급여가 1만1007건, 생계급여가 9880건에 달했다. 해당 사유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시 부양의무자가 가족관계 단절 상태로 부양하지 못하는 경우 가족 간 부양거부 사유(가출, 외도, 학대 등)를 밝히는 서류다.
당시 남 의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남아있는 부양의무자 제도 때문에 부양의무자인 가족과 관계가 단절됐는데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집값 상승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문제도 커지고 있다. 강지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은 "공시지가가 오르고 전세대출 등이 재산에 포함돼 부양의무자 재산도 올랐다"며 "실질적 소득이나 재산 증가가 아닌데도 재산 기준을 초과해 부당하게 수급에서 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양의무자 제도가 있는 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한다"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층 돌봄을 가족 책임이 아닌 국가 책임으로 전환한 공공부조 취지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