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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이들 “학원스트레스 해방”…학부모 “사교육비 줄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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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박지숙 기자

승인 : 2024. 04. 01. 00:00

대구 삼영초 늘봄학교 현장에 가다
1·2학년 대상 돌봄, 늘봄교실로 발전
돌봄공백 해소, 학원뺑뺑이도 해결…학부모들 긍정평가
지역 간 격차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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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영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늘봄강사의 색칠 공부 설명을 듣고 있다./교육부
"학원에서는 공부만 하는데, 여기(늘봄학교)서는 간식도 먹을 수 있고 친구들이랑 놀아서 좋아요!"

'늘봄학교' 시행 4주째에 접어든 지난 26일 대구 삼영초등학교. 1학년 학생 15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사리손으로 색칠 공부를 하고 있었다. 1학년 학생들은 이날 정규수업이 끝난 후 1시 20분부터 3시까지 늘봄학교에 참여했다.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후 돌봄이 필요한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늘봄교실(기존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늘봄학교는 정부가 저출생 해법 중 하나로 내세운 돌봄 공백 해소와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1학기부터 전국 2741개교에서 실시하고 있고 2학기부터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삼영초는 1학년 94명 가운데 62명(66%)에게 맞춤형 프로그램('맞춤형', '맞춤형+방과후', '맞춤형+돌봄')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초1의 학교생활 적응과 정상적인 발달은 돕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삼영초는 우쿨렐레와 영어 놀이, 오카리나, 공예, 보드게임, 책 놀이 등을 마련했다.

이날 영어 놀이에 참여한 1학년 박지연 양은 "영어로 게임하니까 더 재밌다"며 "(다른 반) 친구들이랑 있으면 재밌고 새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기존 돌봄교실은 '늘봄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늘봄 전담사, 외부 강사 등이 학생들을 돌봐준다. 삼영초에선 초 1∼2학년이 늘봄교실 참여 대상이며 학생들은 늘봄교실을 통해서도 독서, 자유놀이, 종이접기 활동, 중국어, 색칠 공부 등 매일 다양한 활동을 한다.

늘봄교실에 참여 중인 1학년 권도율 군은 "학원은 공부만 하고 쉬는 시간이 없는데, 학교는 쉬는 시간도 있고 더 편하다"며 "책도 보고 기타도 치고 화장실도 갈 수 있고 쉴 수도 놀 수도 있어 좋다"고 즐거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1학년의 늘봄교실 참여자는 14%정도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까지 실시한 돌봄교실 이용대상이 맞벌이, 한가정 등에 한정된 것과 달리 올해 늘봄교실은 이 같은 제한이 없어진데다, 학생 수도 30명이 줄어들고, 맞춤형 프로그램이 무상으로 전환된 영향이 크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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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영초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인 드럼 수업/교육부
특히 삼영초는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학년 대부분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방과후학교는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늘봄교실과 달리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49개 강좌를 운영 중인 삼영초(15일 기준)에는 1002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삼영초 전교생이 597명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 1명당 1.7개씩 듣고 있었다.

학생들은 바이올린, 방송댄스, 독서논술, 수학, 로봇과학, 배드민턴,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중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다.

1~4학년 대상의 이날 드럼 수업에서는 '악어떼' 연주를 배웠다.

3학년 양시원 양은 "처음에는 아빠가 신청하래서 했는데,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밌다"고 말했다. '무슨 스트레스가 그리 많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원에서 공부를 많이 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드럼을 치니 풀린다"고 웃었다.

2학년인 최시은 양도 "친구들이랑 같이 배워서 재밌다"고 수줍게 말했다.

◇ 학부모들 "'돌봄 공백' 해소, 사교육비 감소" 긍정평가
학부모들의 호응도 현재까지는 상당히 좋다.

특히 '돌봄 공백'이 해소되고 사교육비가 줄어든 점을 높이 평가했다. 초1~2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들 중 정규수업 후 돌봄이 어려워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데 이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 희망하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점, 아이들의 안전 등도 좋은 점으로 꼽혔다.

3학년생과 1학년생 학부모인 이주희씨는 "1학년인 셋째가 입학 전에는 하교 후 학원을 2∼3개씩 다니도록 스케줄을 짜놨는데,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원은 1개만 남기고 다 취소했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보내는 학원이 1∼2개 줄어든 것이라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 마련된 학부모들 게시판에도 "학교 끝나고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아 좋아요", "돌봄교실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늘봄교실은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다", "하교 후에도 여러 활동과 학습을 할 수 있어서 무한감사를 드린다", "맞벌이라 불안했는데 안심 돼요", "아이들 안전을 보호받는 거 같다" 등의 긍정 평가가 다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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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환 교육부 차관(왼쪽)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오른쪽)이 대구 삼영초 늘봄학교 일일강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호랑이와 민들레의 우정이야기를 다룬 <친구의 전설> 구연동화를 하고 있다./교육부
다만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해결할 '과제'는 만만찮다. 전국 지역 간 격차나 각 시도별 특성으로 인한 격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참여율이 6.3%에 불과하고 대구의 경우 다른 광역시에 비해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교통 불편, 경북 접경지역인 군위군·달성군과 도심 간 격차 등이 우려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군위군과 달성군은 학생수가 적고 열악해서 선제적으로 확대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긴 한데, 다만 강사 수급 문제가 있다"며 "이 지역까지 강사들이 오기가 불편한 게 사실이라 플러스 알파의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전교생 800명 이상이 되는 과대학교에 공간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주변 여러 기관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 공간 확보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해결해가고 있다"며 "과밀학급의 경우 통학 거리에서 떨어진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영하도록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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