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최고 지도부 회의에서 결론낸 듯
거의 무차별적인 글로벌 외교 행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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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 고립에 절대적인 '하나의 중국' 원칙 실현과 대미 전투력 강화를 위해 올해 초까지도 글로벌 외교를 활발히 진행해오기는 했다. 그러나 3월 초의 제14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인대와 정협) 2차 회의를 마친 이후에는 파상적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압박에 결연히 대항하기 위해서는 진짜 특단의 글로벌 외교 행보가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필두로 하는 중국의 당정 최고 지도부가 양회 기간에 가진 내부 비밀 회의를 통해 이런 내부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도 추측하고 있다.
양회 이후 적극 추진했거나 할 예정인 주요 외교 행보들을 살펴볼 경우 이 관측은 충분히 설득력도 있다. 우선 17일부터 5일 동안 이뤄진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임)의 호주 및 뉴질랜드 방문을 꼽을 수 있다. 양국이 미국의 동맹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왕 위원 겸 부장의 방문은 정말 상상 외의 의미를 가진다고 단언해도 좋다.
시진핑 주석이 25일 최근 방중한 데이비드 아데앙 나우루 대통령,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연방 총리와 회담을 가진 사실 역시 거론할 수 있다. 특히 아데앙 대통령과의 회담은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한다. 나우루가 지난 1월 대만과 단교한 후 중국과 전격 수교한 것에 대한 사의 차원으로 그를 국빈 초청, 회담을 가졌다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24∼25일과 26∼2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국빈관과 하이난(海南)성 충하이(瓊海)시에서 각각 열렸거나 막을 올린 '중국발전포럼'과 '보아오(博鰲)포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중 인식이 나쁘면 이상할 다수 글로벌 기업들의 CEO(최고 경영자)들과 국가 수반들이 참석했거나 할 예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목적이 너무 분명하게 보인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보아오포럼' 일정이 시작된 26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베이징에 도착, 이틀 일정의 방중에 나선 것은 아예 중국 광폭 외교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시 주석과 리창(李强) 총리가 그와 논의할 수밖에 없는 의제를 상기하면 이 단정은 절대로 무리한 것이 아니다.
그게 바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대중 금수조치 해제와 관련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논의에 진전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중국으로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성과를 올리게 된다. 당연히 이 경우 미국은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방중과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이 각각 4월과 5월 초에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글로벌 광폭 외교를 통한 중국의 미국 압박 돌파 계획은 상당한 결과를 맺기 직전의 상황에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지리했던 미중의 샅바 싸움이 앞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