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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이날 저출산 대책을 명목으로 새로 지원금을 신설하고 그 재원 확보를 위해 의료보험 가입자에 월 500엔(한화 5500원)을 추가 징수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28년까지 징수한 금액은 (공적 의료보험) 가입자 1인당 월평균 500엔 미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6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징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공적 의료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가 징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일본 국민들에게는 사실상 증세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번 방침은 저출산 대책 마련을 위해 2028년까지 3조6000억엔(한화 36조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게 일본 정부가 밝힌 취지지만, 이 중 1조엔을 거의 모든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 의료보험 가입자에게 추가 징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미 물가상승과 급여 동결, 각종 증세로 실수령 금액은 줄어들고 가계는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의료보험료) 추가 징수라니 사실상 증세" "표면적으로 세금을 떼면 반발할 것 같으니 의료보험에 추가 징수를 하는 꼼수가 눈에 빤히 보인다" 등의 불만글이 게시판에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누리꾼들이 늘면서 한때 SNS에서는 #500엔증세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 국민들의 불만 쇄도가 비단 의료보험료 추가 징수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마침 불거진 집권여당 자민당의 내로남불 사실이 주요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며 또다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같은 날 지지통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서 자민당 고위간부의 고액 정책활동비라는 새로운 정치자금 문제가 대두됐다.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본부가 니카이 도시미츠 전 간사장에 대해 정해진 월급 이외에 2년간 시급 10만엔(한화 약 100만원)의 추가적인 정책활동비를 지급해 왔으며, 최근 2년간 지급된 총액은 무려 10억7000만엔(한화 약 1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에 6억3020만엔(약 63억원), 2021년에 4억3910만엔(약 43억9100만원)이 정책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니카이 전 간사장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렇게 월급 이외에 여당 고위간부에게 지급된 혈세가 5년간 50억엔에 달하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여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한마디로 저출산 대책을 논하면서도 자신들의 급여나 예산을 삭감해 충당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기는커녕 사실상 증세로 느껴질 만한 경제적 부담을 국민들에게 추가적으로 안긴 것이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와세다 유키 중의원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연간 1만2000엔의 비용부담이 커진다. 사실상 육아 증세가 아니냐"며 여당의 무사안일함을 비판했다. 정치 평론가인 호시 히로시 역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기 전에 자신들의 정치자금을 줄이고 예산을 재검토했어야 했다"며 "자신들의 호주머니만 챙기고 정책 운운하는 것은 궤변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