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86 운동권, 비전과 대안 부족해”…운동권 특권정치 토론회 개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31010018769

글자크기

닫기

정덕수 기자

승인 : 2024. 01. 31. 18:42

'운동권 특권정치' 겨냥한 논의 이뤄져
한동훈 축사서는 "엄중한 심판 받아야"
운동권 정치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31일 '반칙과 특권의 청산을 위한 운동권 정치세력의 역사적 평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노정태 정책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이종철 정치학 박사, 배승희 변호사, 함운경 민주화운동등지회 회장,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건 신전대협 공동의장, 김동규 공화주의아카데미 대표/정덕수 기자
'86(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특권 정치'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31일 열렸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허재혁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은 "1988년 이후 30여 년 한국 정치·사회 영역에서 가장 큰 이익 집단을 이루면서 특권화, 기득권화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변질과 타락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발언한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1987년 6월 항쟁의 가두시위에 참여했던 수많은 넥타이 부대 참여자들이 명예를 갖는 것이 온당한 일이고,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함 회장은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대표적인 '86 운동권' 출신이다.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을 주도하고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와 맞서며 투옥됐다.

함 회장은 "기존 운동권 세대의 정치 카르텔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과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이걸 극복해낼 수 있다. 그저 청산만 높이 부르짖는다고 해서 결코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명실상부한 좌파 정부·운동권 정부가 됐다"며 "86세대가 권력의 중추에 진입하며 그들의 친구가 권력을 쥐면서, 운동권은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 학계 관계 등과도 망라됐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강한 응집력·정보화의 물결을 토대로 사실상 한국 사회의 상층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운동권의 공통 분모는 당시의 모순과 부조리에 몸을 던져 대응했다는 서사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운동권 역사를 설명하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운동권이라는 야수를 노련하게 길들이는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재의 진보와 지금의 진보 세력은 다르다고 평하며 "현재의 운동권이 생산하는 담론에는 비전과 대안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6운동권의 대표적 문제로 '성찰과 변화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86세대는 민주화 이후로 본인들이 가진 역사관과 정의관에 대해 깊은 성찰을 거치지 못했다고 본다"며 "민주주의는 민감한 체제다. 지성의 성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체제"라고 말했다.

이어 서구 68세대와 한국 86세대를 비교하며 "68혁명은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거쳐 역사적 목적을 위한 폭력이 오히려 비극을 초래한다는 역설을 자각했다"며 "1987년 민주화, 1988년 서울올림픽, 1989년 탈냉전은 좌파 이념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지만, 한국 진보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68혁명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사회변혁운동으로 "금지한다는 것을 금지한다"를 구호로 권위적인 모든 것을 비판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저항으로 이어진 운동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면 축사를 보냈다. 한 위원장은 축사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의 헌신과 용기에 늘 변함없는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 오늘의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완성하신 것에 예나 지금이나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과거 운동권이었다는 것을 특권처럼 여기면서 정치의 퇴행을 이끌고 있는 세력들이 이제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각각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항마로 거론했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정치'를 7번씩이나 언급하는 등, 여당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화두로 내세웠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인사말에서 "당시 운동권 논리대로 갔으면 우리나라는 정확하게 잘 됐으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정도고 운동권 교리를 그대로 따라 했으면 정확하게 북한이 돼 있을 것"이라며 "당시의 문제 인식은 옳았을지라도 그에 대한 분석과 처방, 특히 그들이 제시했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토론회는 민주화운동동지회·바른언론시민행동·신전대협의 주최로 열렸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건 신전대협 공동의장, 노정태 정책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이종철 정치학 박사, 배승희 변호사, 김동규 공화주의아카데미 대표, 이종근 시사평론가가 토론에 참석했다.
정덕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