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주요 임원까지 회장 후보군 확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그룹의 2인자 역할을 하는 부회장은 회장의 믿을맨일 수도 있지만, 차기 회장 후보군이 될 수 있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함 회장의 '원톱' 체제를 강화하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그룹 주요 임원 등으로 확대해 완전 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분분하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날 부회장 직제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강성묵·박성호·이은형 등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었다. 그동안 박성호 부회장은 미래성장부문과 그룹전략부문, 그룹디지털부문을, 강성묵 부회장은 그룹개인금융부문, 그룹자산관리부문, 그룹CIB부문, 그룹지원부문 등을 맡았다. 이은형 부회장은 그룹글로벌부문, 그룹ESG부문, 그룹브랜드부문 등을 총괄해왔다.
하지만 이번 부회장 직제가 폐지되면서 당초 부문을 총괄하던 부회장직이 사라지게 됐다. 대신 '부문 임원' 체제가 도입된다. 기존에는 함 회장 산하에 3인의 부회장이 존재하고, 부회장 밑으로 각 부문을 뒀다. 하지만 앞으로는 함 회장 산하에 각 부문장을 둬 그룹 회장의 권한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기존 이은형 부회장은 그룹 ESG·글로벌·브랜드부문 임원을 맡게 된다. 강성묵 부회장은 신설되는 그룹손님가치부문 임원을 맡는다. 박성호 부회장이 맡았던 미래성장부문, 그룹전략부문, 그룹디지털부문은 각각 고영렬 부사장, 양재혁 상무, 박근영 부사장 등이 수장 역할을 담당한다. 이 외에도 그룹재무총괄, 그룹인사총괄도 부문으로 바뀌게 된다. 각각 박종무 부사장, 김미숙 부사장이 부문장을 맡는다.
이번 부회장 직제 폐지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많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의 부회장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함 회장이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춰 부회장 제도의 유지보다는 폐지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권력 누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함 회장의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부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이었다면, 이제는 계열사 CEO에 더해 그룹 주요 임원까지 후보군이 넓어질 수 있어서다. 다양한 후보군이 존재하고, 서로 경쟁하는 만큼 함 회장을 제외한 다른 인물에게 권력이 집중되기 힘든 구조가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문임원 체제 도입으로 각 부문장들의 책임이 더욱 커짐과 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모두 회장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부회장 직제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