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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 조건 수립에 노조 참여” ILO 권고···정부·국회서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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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기자

승인 : 2023. 12. 15. 14:00

ILO ‘노조 배제, 협약 위반’ 지적···‘단체교섭 협약’ 국내법 효력
정부, 권고 어기고 내년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독자 확정
국회, ‘공공기관 노조 참여 보장’ 법안 방치
ILO
자료=기재위
공공기관 노동 조건 지침 수립 과정에서 노조를 배제하는 현 상황을 국제노동기구(ILO)가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ILO 단체교섭 협약은 국내법 효력을 갖지만 정부는 내년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을 독자적으로 확정했다. 국회도 관련 법안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15일 취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 2.5% 등을 포함한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확정 과정에서 ILO의 6개월 전 권고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ILO 이사회는 한국 정부에 공공기관 임금 등 근로 조건 관련 각종 지침 수립에 노동조합 참여 체계를 만들고 관련 조치 이행 상황 보고를 권고하는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해당 보고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표된 지침이 공공기관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진정과 관련된 지침 수립 과정에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며 "한국 정부에 이와 관련 조치를 계속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는 권고를 담았다.

이는 국제공공노련 등이 제소한 데 대한 판단이다. 국제공공노련은 정부가 '예산·경영·혁신지침'과 '경영성과평가'를 활용해 공공기관과 노조가 임금과 관련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에 동의하도록 압박했다며 ILO 핵심협약인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제4조를 위반했다며 제소했다.

ILO가 정부에 시정을 권고한 협약 제98호는 2021년 우리나라가 비준해 헌법에 따라 국내법 효력을 갖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국내 최대 노조 양 단체는 정부의 ILO 권고 이행을 반년째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운용지침 수립 과정에 결국 반영하지 않았다.

국회도 ILO 권고 반영 법안을 방치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7명 의원은 공공기관 노동자 근로조건 관련 사항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해 사전 심의하는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 설치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공공기관 운영 주체 중 하나인 노동자들 임금 등 근로조건, 고용안정 결정 과정에 노조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노정교섭 협의 제도가 전무하다는 취지였다. 해당 법안을 검토한 기획재정위원회도 노조 참여 필요성을 인정했다.

송주아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은 ILO 권고에 따라 공공기관 운영지침 수립과정에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방안 중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공운위와 체계적 정합성, 결정위 의결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공공기관 운영지침 수립에 노동단체 참여를 보장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최선책을 도출해야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정윤희 한국노총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국내법 효력을 갖는 ILO 협약을 정부가 위반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ILO 권고를 이행해 공공기관 노동 조건 지침 수립에 노조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ILO에 정부 위반 사항 조사를 위한 고위급 조사단 파견과 내년 총선 의제화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기재위의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미 공운위에 노동계 의견을 대변하는 위원이 참여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상 임금 등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노·정 협의대상이 아니므로 개정안에 대해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공운위에 참여하는 노동계 위원은 노조가 추천하지 않고 기재부 장관이 추천하는 방식이라 노조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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