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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용역 주요 내용(안)'에 따르면 관련 연구용역 수행기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속하는 철도 사고의 원인으로 코레일의 관제·유지보수 독점을 꼽았다.
코레일의 유지보수 독점 체제 발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도 수송분담률 하락, 영업적자 증가 등 여파로 국영철도 체제가 한계에 봉착, 철도 구조 개혁이 단행되면서 '철도청'이 사라지고 '국가철도공단'이 새로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열차 운영은 코레일이, 철로의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나눠 맡기로 했지만, 안전과 효율성을 고려해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함께 담당하기로 했다.
BCG는 운영이 관제에 개입해 3단계(기관사→로컬→중앙→대전상황실)에 이르는 과도한 보고체계가 형성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해외(기관사→관제집중화 센터)에 비해 이례상황을 인지하고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복잡해 능동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또 비용 문제로 인력 중심의 유지보수 업무체계를 고수하면서 오류가 발생하고 시스템 고도화가 지연되는 관제 시스템 노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코레일은 매년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약 1조원에 달하는 유지보수 업무 위탁비를 받는다. 이 중 약 76%를 인건비·경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설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비용은 24%에 그친 실정이다.
유지보수 비용 부족은 시설 노후화로 직결됐다. 안전 'C등급' 이하를 받은 노후 철도 시설은 전체 시설 중 약 54.7%에 달한다.
C등급은 구조적으로 안전하지만 주요 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 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으로 내구성·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철도 유지보수 작업이 열차 운행이 종료된 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코레일의 특성상 안전 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철도 사고 증가세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이 관리하는 철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66건으로 조사됐다. 2020년 40건, 2021년 48건에 이어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사상자는 35명에서 32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59명으로 다시 늘었다.
이에 BCG는 국가철도공단이 관제·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위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명시된 '철로의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라는 문구가 삭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 안전체계를 유지하면서 안전 관리 수준을 상시로 평가하는 대안을 내놨다.
우선 안전지표와 재난지표로 구성된 안전관리 지표를 신설한다. 이후 코레일이 △여객열차 충돌·탈선 △종사자 사상 △운행지연 등 지표에서 직전 3개년 평균 1.3배 이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지보수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지표들은 2014년 7월 태백선 열차충돌, 2018년 12월 강릉역 KTX 탈선 작년 7월 대전조차장역 수서고속철도(SRT) 탈선 등의 사고 발생 직전 3년 동안 상승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용역 결과를 오는 4일 확정한 후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정부 입장을 최종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