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악화 한전·가스공 저평가··임금반납 추진
“요금 통제하고 재무배점 늘려 저평가, 부적절”
“유형별 재무배점 차등·사회책임 확대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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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취재에 따르면 정부가 재무 배점을 확대해 새로 만든 평가 지표로 실시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정부 요금 통제로 재무 구조가 나빠진 에너지 공기업 등급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통제해 한전과 가스공사는 원료 가격 인상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들인 도매가격이 판매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가 지속됐고 가스공사도 민수용 도시가스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 각각 누적적자와 미수금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상황에서도 경영평가의 재무성과 관리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확대하고 사회적 책임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줄였다.
역마진으로 누적적자가 지난해 32조6000억원으로 급증한 한전은 경평에서 종합등급 D(미흡)로 전년 C(보통)보다 한 등급 떨어지며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전은 자구책으로 전 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과 희망퇴직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전에 이익 규모를 조정 받는 자회사들 등급도 하락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S등급을 받은 한국동서발전은 B(양호)등급으로 떨어졌다.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은 A(우수)등급에서 C등급으로, 남동발전은 A등급에서 B등급으로 하락했다.
6개 발전공기업과 가스공사는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일부 임직원 성과급이 삭감됐으며, 가스공사 1·2급직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는 에너지 공기업들에 추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추가적으로 경영효율화가 가능한 부분을 적극 발굴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해달라"며 한전에 대해 "제2 창사에 임한다는 각오로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추가 자구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공기업 경영 악화는 기업 내적 요인보다 정부 요금 통제와 천연가스 직수입제 방치 등 정부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게 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는데도 경영평가에서 재무점수를 높여 저평가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정부가 요금을 통제해 한전과 가스공사 등 재무 상태를 악화시켜놓고 재무배점을 늘린 경평으로 저평가 하는 것은 불공정한 시스템"이라며 "직원들 임금 인상분 반납은 정부 결정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책임을 한전 직원들에 떠넘긴 행태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교수는 "경평 제도를 전기·가스요금 등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무가 악화된 공기업들에 대해서는 재무점수 비중에 차이를 두고 사회적 책임 배점을 늘리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공기업 내부에서도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대다수 직원들이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해 적자가 확대됐지만 그 책임은 한전에만 지우고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노조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재무성과 중심 평가는 전력이나 가스 같이 원자재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공요금 정책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착한 적자'를 감수한 기관 역할을 오히려 문제 삼아 불이익을 주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를 공공기관 부실경영으로 몰아붙이고 결국 국민에게 요금 인상 부담으로 전가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