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으로 '경단녀'가 되는 역할...실제 경험 있어 공감
조용히 오래 가는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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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라미란은 "작품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지만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사무실과 가정, 둘로 나뉜 배경 속에서 연기했고 너무나 재밌었다. 고해라라는 인물의 삶을 사는 게 내 삶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라며 소감을 전했다.
라미란이 연기한 고해라는 40대의 경단녀란 이유로 재취업에 계속 실패하다 최지원의 권유로 직급을 낮춰 다시 인턴 생활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라미란은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고 잘 하는 직원이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왔을 땐 왠지 주눅 드는 고해라의 모습에 깊이 공감을 했다고 전했다.
"저 역시 출산 때문에 2년 정도 공백이 있었어요.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죠.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1차를 합격한 오디션에서 '아이 낳을 거예요?'라는 질문을 들은 적도 있어요. 물론 어떤 악의를 가지고 한 질문은 아니었겠지만 기분이 참 나빴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은 사회가 더 나아져야 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과연 만족할 단계가 올까 싶긴 하지만요."
출산으로 2년의 공백을 갖고 라미란이 다시 연기에 발을 디딘 건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였다. 주로 연극 무대에 섰던 라미란에겐 영화 촬영장이 굉장히 낯선 공간이기도 했다. 라미란이 할 수 있었던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라미란은 임신과 출산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주변에도 늘 빨리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애국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그래서 배우가 좋아요. 매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잖아요. 너무나 재밌어요. 현실에선 못해보는 것들을 경험해볼 수도 있고요. 물론 임신과 출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오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바뀌고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또 다른 인생이고 또 다른 삶이거든요."
소소한 조연, 감초 역할을 주로 해오던 라미란은 어느덧 타이틀롤을 당당히 거머쥐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이 많았다.
"저도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있는 듯 없는 듯 잘 숨어 있다가, 어디에선가 보이고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부담 없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뭔가를 책임지기보다 옆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처럼, 친근하고 오래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