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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 먹어야 할 판”…베트남 월병 시장 소비 감소에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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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3. 09. 18. 15:36

월병
베트남 월병. /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예년에 비하면 매출이 반토막 났다. 밥 대신 못 판 월병들을 먹어야 할 판이다."

18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월병 가판대에 있던 뚱(42)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지나는 거리에 위치한 뚱씨와 다른 월병 가판대는 낮이든 밤이든 찾는 손님들이 전보다는 확실히 줄어 휑했다. 중추절 대목을 앞두고 위축된 소비 심리로 예년과 달리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베트남 월병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과 중국처럼 베트남도 음력 8월 15일은 '뗏 쭝투(중추절)'라 부른다. 공휴일로 쉬지도 않고 명절보다는 어린이날의 성격이 강하지만 쭝투를 앞두고 월병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월병 판매도 부진하다. 뚱씨는 "옛날엔 잘 팔면 하루에 2500만동(약 109만원) 어치는 팔았고 못해도 보통 1000만동(약 54만원)씩은 팔았다"며 "올해는 잘 팔면 700만동(약 38만원)이고 100만동(약 5만 5000원)이나 200만동(약 11만원)밖에 못 파는 날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가판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판매직원들 모두 "한 개씩 낱개로 사가거나 4개들이 작은 세트만 사간다. 선물용 고급세트나 기업의 단체주문이 확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때보다도 더 안 팔리는 느낌"이라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추석까진 약 열흘가량 남았지만 상인들과 판매 직원들은 "단체 주문이나 개인 주문이나 이미 많이 팔렸어야 하는 시점"이라 지적했다.

수 년 째 월병을 판매한 흐엉(39)씨도 "경기가 좋지 않아 물량을 적게 떼오긴 했지만 예상보다도 판매가 부진하다"고 했다. 월병 제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월병의 일부는 상인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뚱씨와 흐엉씨는 "본사에서 도로 가져가는 물량을 제외하고 남는 것은 떨이로 싸게 팔거나 얼려놨다가 가족들과 먹든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월병 제조사들도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판매 촉진에 나섰지만 기업체의 단체 주문이 줄어 들어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지매체 뚜오이쩨에 따르면 ABC베이커리·동카인 등 주요 월병업체들은 주로 기업들이던 도매고객들의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까오 후이 민 ABC베이커리 대표는 "주로 기업들이던 도매 고객들이 선물로 월병을 구매하는 수요가 예년보다 약 40~45%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월병을 구매하더라도 예전보다 절반정도의 수량만 주문하거나 아예 주문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늘었다. 기업들의 경우 거래처나 직원들의 선물용으로 일찍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문량이 대폭 줄어들며 업계도 침울한 상태다. 뚜오이쩨는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하느라 월병을 살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외에도 소비자들의 취향도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월병이 칼로리가 높고 '뻔한 맛'이란 이유로 아예 월병을 사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통적인 월병 대신 좋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수제 월병을 찾기도 한다. 민트초코·커피·밀크티 맛 월병을 찾거나 색소 대신 비트·녹차·판단 잎 등을 사용하고 칼로리를 확 낮춘 '웰빙' 월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홈메이드 월병'이 인기를 끌며 베트남 식품 안전 당국은 최근 소비자들에게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월병의 경우 재료 원산지와 유통기한 등 확인이 어렵고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좋은 생산시설을 갖춘 믿을 수 있는 브랜드 월병을 구매하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원산지가 불분명한 월병 구입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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