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대전서 또 초등교사 극단적 선택…국회 관련법은 지지부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908010005042

글자크기

닫기

박지숙 기자

승인 : 2023. 09. 08. 17:24

4년여간 악성 민원 시달린 초등교사 또 사망
국회,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 논의 지체
6개 교원단체 "교권 보호 관련 입법, 21일 국회 본회의까지 완료하라" 촉구
극단적 선택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빈소
8일 오전 악성민원 등으로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빈소가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연합
대전서 40대 초등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교육계가 다시 충격에 빠졌다. 8일 A씨 소속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단축수업을 공지했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부고 소식을 전한 뒤 "선생님을 향한 추모의 시간을 갖고자 오전수업만 진행한다"고 통지했다.

다만 기존 돌봄과 방과 후 학교는 정상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이날 이 학교 주변에는 대전 지역 동료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보낸 추모 화환들이 길게 늘어섰다.

특히 A씨는 4년여간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교사노조에 따르면 전날 숨진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20년간 교직생활을 이어왔지만 최근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는데,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급식실에서 드러눕는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학우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라고 학생들을 훈육하다 해당 학생 학부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그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여간 민원을 지속해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함께 일했던 한 교사는 "최근 A씨가 서울 서이초 사건 발생 후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대전교사노조는 오는 11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무분별한 악성민원 등 교권 침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최근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교직 사회는 더욱 충격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교권회복 등을 위한 관련 입법이 지체되고 있어 교원단체가 본회의가 열리는 이달 21일까지 여야 합의를 끝내고 입법을 완료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등 6개 교원 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야는 교권 보호 관련 입법을 21일 국회 본회의까지 완료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전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여야 간 이견으로 교육부가 공언했던 '아동학대 신고 시 교원의 직위해제 요건 강화' 등 교권 보호를 위한 추가 입법에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며 "정부와 여야가 교권 보호 입법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령에 따라 교원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수사받는 일이 없도록 아동학대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수업에서 즉시 분리하기 위해 교육법을 개정하고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을 지원할 대책을 법제화해달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들은 "교육할 권리를 보호할 입법에 대한 교원들의 절박한 요구는 9월 2일 30만명이 참여한 집회와 9월 4일 '공교육 정상화의 날' 참여 물결로 확인됐다"며 "교원들은 다시 교육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정부와 여야가 그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때 그 분노는 다시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