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C 주가는 10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9만7300원에 그쳤던 전 거래일보다는 상당히 회복한 수준이지만, 52주 최고
가인 14만15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관련 이슈가 나오면 언제 9만원대로 떨어질지 모른다"며 "한 때 주가가 20만원선을 넘보던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도 SKC의 목표주가를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1년 전 20만2000원대였던 SKC의 목표주가는 6개월 전에는 14만3000원대로 하락했고, 지난달 13만6000원대까지 내려가더니 지난 24일 기준으로 13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문제는 SKC의 호재 발표에도 주가가 탄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KC는 지난달 말 발표한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2032년까지 실리콘음극재 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 기록해 세계 시장 TOP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실리콘음극재는 2020년 기준 전체 음극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기존 흑연 음극재와 비교하면 아직 비주류다. 하지만 흑연 제품을 썼을 때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크게 늘리고, 충전 시간은 대폭 줄일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SKC의 비전 발표에도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실리콘음극재 관련 목표가 공시된 후 첫 거래일인 7월3일 주가는 10만원을 넘지 못했고, 10만원대를 회복한 이후에도 채 10거래일을 못 가 다시 9만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실리콘음극재 관련주로 꼽히는 대주전자재료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연초 이후 39.64% 이상 상승했고, 나노신소재도 같은 기간 주가가 무려 109% 가까이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C의 실리콘음극재 비전이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한 이유로 너무 먼 시점의 이아기라는 점과 이미 실리콘음극재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SKC는 지난 2021년 실리콘음극재 시장 진출을 결정해 영국 실리콘음극재 기업 '넥시온'에 약 1026억원을 투자했지만, 양산 목표 시기는 2026년으로 아직도 3년이 남았다.
반면 현재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실리콘음극재를 양산 중인 '대주전자재료'는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의 BTR이 50%·일본의 신에츠가 30%로 과점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C의 점유율 15% 목표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SKC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동박 사업과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스코와 롯데그룹까지 실리콘음극재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터라, SKC의 양산이 시작될 때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유율 확보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2027년이나 돼야 실리콘음극재 비중이 전체 음극재 시장에서 1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SKC에 유의미한 수익을 가져다 주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SKC 주가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요인은 '실적'이다. SK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45% 이상 떨어지고, 24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어려움을 겪었다. 증권업계는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적자가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연간 적자 폭이 올해 188%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작년 기준 총 매출액의 약 45%를 차지하는 화학 부문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동박 부문의 매출액 비중이 21.32%까지 성장하긴 했지만, 화학의 손실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4분기가 돼야 주가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는 적자가 이어지겠지만 3분기에는 바닥을 다질 것"이라며 "4분기부터 시작될 전부문 실적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동박 성적이 실망스러웠지만, 하반기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