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령층의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블랙핑크의 제니가 선택한 연기 데뷔작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HBO 시리즈 '디 아이돌'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북미 지역에 처음 공개되자마자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제니가 탱크톱에 핫팬츠 패션을 선보인 채로, 남성 댄서들과 수위가 높은 파격적인 댄스 추는 장면은 외신은 물론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제니는 다양한 연령층의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블랙핑크의 멤버로, 그의 행동이나 말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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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 /HBO '디 아이돌(The Idol)' 2차 예고 영상 캡처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 시각) "누군가에게 '디 아이돌'을 보는 유일한 이유는 블랙핑크 제니 때문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틱톡이나 트위터 등에 '디 아이돌'을 검색했을 때 선정성과 관련해 방송을 비판하는 내용만큼 제니의 연기를 칭찬하는 내용의 게시물 수도 상당수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이 공개된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제니의 틱톡 팬 계정에는 '디 아이돌'에서 제니가 출연한 장면들만 편집돼 빠르게 전달됐다. 각 영상은 단 몇 시간여 만에 수천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당 계정 운영자인 아니사(Anisa·18세)는 "제니가 아니었다면 '디 아이돌'을 시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디 아이돌'이 끝나면) HBO MAX 구독도 해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니사를 비롯한 제니의 팬은 그의 연기 데뷔를 자랑스러워하면서 6개의 에피소드 중 그의 분량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듯 제니가 출연했다는 사실 만으로 '디 아이돌'을 소비하는 시청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니의 팬 중에는 어린이나 청소년 팬층도 있다. 선정적 장면이 가감 없이 담긴 만큼 '디 아이돌'의 시청 등급이 청소년 시청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도, 이미 SNS 등에서는 일부 장면이 짤로 생성돼 확산하고 있다.
제니는 2020년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와 진행한 화보 촬영 인터뷰에서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이기에 저에게 영향을 받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만큼 책임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저 역시 어릴 때 동경하던 아티스트를 보고 꿈을 키워왔기 때문에 제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여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팬덤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과 책임감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디 아이돌'의 1, 2화가 공개된 후 그의 이름에는 '선정성 논란' 키워드가 뒤따랐다. 제니는 극 중에서 주인공 '조셀린(릴리 로즈 뎁)'의 친구이자 백업 댄서인 다이안 역을 맡았다. 1화에서는 제니가 여러 댄서에 둘러싸여 안무 연습하는 장면이 있었다. K팝 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남성 댄서들 사이에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었다.
일부 안무 동작은 성행위를 묘사하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장면을 소화할 때 제니는 짧은 핫팬츠와 민소매 셔츠, 브라톱을 입고 있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해당 장면은 포털이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SNS 등에 '디 아이돌 제니'라고만 검색만 해도 영상과 사진 등 다량의 자료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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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돌' 제니 안무 연습 장면. /HBO '디 아이돌(The Idol)'
일부 매체들은 '디 아이돌'의 선정성에 주목해 비판 어조를 밝히기도 했다.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먼저 작품을 접한 외신은 이미 공개 이전부터 남성주의적 성적 판타지 묘사, 여성 혐오 표현, 선정성 등을 문제 삼았다.
미국의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디 아이돌'은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더 유해하고 끔찍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공개된 첫 두 편은 최악이었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면 릴리 로즈 뎁이 자기 목을 조르며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은 없애라"라고 혹평했다.
타임지는 "아이돌 착취를 폭로하는 척하면서 착취를 즐기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음탕한 남성 판타지처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외신이 지적한 건 '디 아이돌'이란 드라마 자체의 선정성이지, 제니의 출연분은 아니다. 1회에서 제니의 분량은 10분가량이고, 앞으로도 회당 그의 분량은 5~10분 정도에 그친다고 알려졌다. 다만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 시청하는 소비층이 존재하고, 그의 출연으로 국내에서 화제성이 커질 만큼 영향력이 있는데, '선정성'이나 '논란' 등과 엮인 행보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한편 HBO 시리즈 '디 아이돌'은 떠오르는 팝 아이돌을 둘러싼 관계와 음악 산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조니 뎁의 딸인 릴리 로즈 뎁이 주연을 맡고, 팝 스타 위켄드가 제작을 맡아 공개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연출은 HBO 시리즈 '유포리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샘 레빈슨 감독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