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주민 초음파검사 등 무료검진
병원 가기 어려운 어르신들 '북적'
"봉사 멈출 수 없는 원동력은 약속"
주민들 "친절·약효도 뛰어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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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찾은 강원 횡성군 공근면 부창리 소재 '금계뜰마을'. 구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봉사가 한창이었다. 의료진들은 어려운 용어 대신 어르신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히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마을 어르신들과 분주히 문진표를 건네는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원들로 비닐하우스 한 채가 금세 꽉 찬 탓에 발 디딜 틈도 부족했다.
총 213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 금계뜰마을은 70세 이상이 65%를 넘는다. 120가구 중 80여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버스도 아이들을 위한 두 차례의 통학 시간을 포함해 네 차례만 운행하고, 마을 밖 민간병원에 가기 위해선 자동차로 15분 이상은 걸리는 산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이 농촌 어르신들의 건강검진을 위해 이 곳을 찾은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벌써 두 번째다. 내과, 외과, 치과, 안과, 초음파검사, 물리치료, 약국 등 진료과목도 다양했다.
이정선 사무차장은 "어르신들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나타나고, 선글라스를 끼고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에 자외선에 노출이 많이 돼 백내장과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리치료와 안과 등은 농촌에서 받기 힘든 진료과목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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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인지 이날 진료를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밝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금계뜰마을 주민인 유씨(64·여)는 "작년에 물리치료를 잘 해준다고 하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오게 됐다"며 "농사를 짓다보니 허리가 자주 아픈데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블루크로스 선생님들이 여타 병원 의사선생님들과 비교해 친절하고, 받은 약들이 효과가 잘 든다고 이미 입소문이 나있던 것이다.
봉사단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서울백병원의 장여구 박사는 "처음에는 이동 진료만 했는데, 어느새 치과가 생기고 안과가 생기고, 물리치료까지 하게 되는 등 일이 점점 더 커졌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자 장 박사는 구태의연한 질문이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무료검진을 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의료든 예방이 가장 첫 번째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같은 무료검진을 통해 신장에 있던 돌을 발견해 수술을 받은 농촌 주민도 있었다. 장 박사는 해당 환자를 발견하고 서울에서 직접 수술까지 했다. 이 때문에 해당 환자는 건강하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에게 '봉사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다. 어르신들께 오겠다고 약속했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근래로 산불 피해 지역 등에도 의료봉사 일정이 줄줄이 대기돼 있다.
이 같은 재능나눔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농촌재능나눔 의료단체 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농촌마을에서 전문적인 지식·경험·기술 등 재능을 나누는 단체를 선발해 활동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1년부터 984개 단체가 전국 9311개 농촌마을에서 맞춤형 재능나눔 사업을 펼쳐 왔다.
현장을 찾은 최봉순 농식품부 농촌사회서비스과장은 장 박사의 말에 "약속이란 말이 의미 깊은데, 개인 간의 약속 뿐만 아니라 사회와 나의 약속, 미래세대와 나의 약속까지 고민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어간다"며 "지속성을 도울 방안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고, 이 사람들은 계속 그 일을 할 거야라는 약속이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지땀을 흘리며 의료봉사를 해준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에 대해 조병길 부창리 이장(61)은 "마을 주민들이 너무 만족했다"며 "개업한 의사선생님들은 토요일에 개인 수입까지 포기해가면서 이 곳 멀리까지 와준 것을 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