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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런지는 중남미 최대 강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12일부터 나흘 동안의 방중 일정에 나선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달 26일 중미 온두라스와 수교하는 개가를 올린지 20일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다시 그를 불러들이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동남아 및 EU(유럽연합) 각국 정상들을 속속 초청해 벌인 외교전까지 상기하면 정말 대단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3월 10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한 것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현재까지 알려진 룰라 대통령의 방중 일정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2일 전언에 따르면 방중 이틀째인 13일 미국의 집중 제재 대상인 화웨이(華爲)의 상하이시 혁신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노골적 행보가 보여줄 의미는 간단하다. 브라질이 미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향후 중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이 미국을 화나게 할 룰라 대통령의 화웨이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한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14일 열릴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룰라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현안들 역시 미국으로서는 뼈아프다. 우선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력 논의를 꼽을 수 있다.
농업을 비롯해 의료, 교육, 금융,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계획 역시 거론할 수 있다. 양 정상의 회담에서 대략 20개의 양자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룰라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 호드리구 파셰쿠 상원의장 등 의원 39명, 재계 인사 240여명과 동행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금세기 초부터 중동과 아프리카에 줄기차게 공을 들여오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투자를 매년 평균 25%씩 늘리는 과감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제 중남미도 품 안에 넣을 기세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의 광폭 외교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