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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장길 오른 통상 수장… 삼성·SK ‘반도체 명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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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03. 08. 17:52

안덕근 본부장, 美와 반도체법 논의
보조금 요건 완화 등 아웃리치 전개
"국내기업 사업 안정화 방안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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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우리나라 통상 수장이 미국 백악관과 의회를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만나 미국 반도체지원법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충분히 들었고 이를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와 씽크탱크를 두루 만나 전하고 또 설득하기 위해서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의 수출 20%를 쥐고 있는 반도체산업 명암을 좌우 할 출장길이라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인천국제공항서 출장길에 오르며 기자들과 만나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보조금 지급 요건과 수출통제 등 여러 현안이 글로벌 기준에 맞지않는 과도한 요건"이라면서 "양국이 구축해온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기업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은 현지에 투자하는 기업이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에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고 거래도 제한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지 투자에 대한 초과이익을 공유 또는 환수하고 미국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회계장부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40%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전체 D램의 절반을 중국 우시에서 생산하는 SK하이닉스로선 청천벽력일 수 밖에 없다. 안 본부장이 출국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계자를 하자리에 불러 면담한 배경이다.
이와관련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전문위원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더 진보한 장비로 교체하지 못한다면 2~3년만 지나도 구닥다리가 된다"고 진단했다. 강 전문위원은 "미국이 공산국가가 아닌데도 '초과이익 공유'를 명문화 시킨 것도 문제이지만 국가안보를 내세워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겠다는 대목은 심각한 정부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빠져야 할 독소조항"이라고 평가했다.

출국길에 오른 안 본부장은 오는 10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상무부와 백악관 등 고위급 인사와 의회, 주요 싱크탱크를 줄줄이 만나는 고강도 아웃리치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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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 내부에서도 "TSMC가 미국에 투자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혹평이 나온다. TSMC는 삼성이 미국 현지에 투자하기로 한 170억달러보다 두배 이상 많은 4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만 등과 물밑 연대해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SK·TSMC가 중국에 구축해 놓은 생산공장 뿐 아니라, 관련 화학소재와 장비 등 연결된 인프라 다수가 중국과 연결 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언제 어떤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발생해 전세계 산업이 마비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에 어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세계 26개국 상무장관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12개월째 적자를 보고 있는 우리 무역 상황을 점검하고 어떻게든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역시 미국과 반도체였다. 미국 상무관은 "미중 갈등 격화가 수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로 연관 수출이 확대되고 미 정부의 공급망 강화 과정에서 한국 역할이 부각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계 내부에선 수출의 20% 가까이를 반도체 품목이 차지하고 있어, 업황에 따른 한국경제 추락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이어져 왔다. 앞서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반도체 경기의 반등이 없다면 당분간 수출 회복이 어렵다"고 한 배경이다.

국회에 계류 돼 있던 '반도체특별법', 일명 'K칩스법' 역시 급물살을 타면서 이달 중 통과가 유력해졌다. 이날 여야는 오는 16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반도체특별법을 심사한 뒤 합의 처리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모았다. 반도체 위기가 커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일 전향적 한일관계 개선 해법을 일본측에 제시한 배경 중 하나도 반도체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는 삼성·SK의 잠재적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해묵은 감정을 풀어 경제적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게 이번 정부의 입장이다.

이날 한미 양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 명운을 건 반도체지원법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들 미래를 좌우 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정상급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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