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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당초 이 법안은 선출직 공무원이 되면 군인연금을 받지 못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이 받아야 하는 군인연금보다 적은 보수를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됐다.
하지만 국방위 심의 과정에서 여야의 장군 출신 의원들이 '군인연금 수급 대상자의 선출직 공무원 진출 장려'를 명분으로 의기 투합해 자신들까지 군인연금의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방위를 통과한 수정안에는 '군인의 선출직 공무원으로의 진출을 장려하고, 군인이 국가에 대해 기여한 부분에 대해 보장하기 위해 선출직 공무원을 퇴역연금 전부 지급 정지 규정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군인연금 기금 고갈로 매년 막대한 국민 세금이 연금지급에 투입되면서 군인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일시적으로 지급이 중지된 자신들의 연금을 받겠다고 '셀프 입법'을 한 셈이다.
이 같은 셀프 입법 시도는 지난해 11월 17일 국방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육군중장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법안심사 소위원장인 육군대장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위원님들 의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운을 떼자, 한 의원이 '해당하는 사람이 지금 몇 명이나 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한 의원은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연금의 일부를 받지 않냐' '선출직에 군인 출신은 나가지 마라 그 얘기하고 똑같은 거 아니냐' '봉급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 공무원들이 군인 출신에 대해서 왜 그렇게 홀대하냐' 등의 질문 폭탄을 쏟아냈다.
특히 '기여금은 주는 걸로 문구를 바꿔서 지금 여기서 하자'는 한 의원의 주장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기획재정부하고의 사전 협조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자 한 의원은 "문구만 바꾸면 되지, 국방부 법무관리관 맞냐, 지금 기재부 법무관리관 아니냐?"며 윽박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심사 소위원장인 김 의원은 "안보가 대단히 중요한데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선출직에 군 출신들이 거의 없다"며 거들고 나섰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 의원이나 저나 당사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참 조심스러운데, 이것을 지금 통과시키자. 지금 고칠 수 있으면 고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는 불과 한 달여 전 육군본부 국정감사장에서 핏대를 세우며 날선 공방을 하던 두 의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육사 선후배인 두 의원은 당시 서해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예의' 논쟁으로 국감을 파행으로 이끌었다.
9년 후배인 김 의원은 "2년 전에 비해 바뀐 건 정권밖에 없는데 어떻게 국방위원들이 서 전 장관이 조작했다고 주장하느냐"며 "인간적인 의리상 너무하다"고 한 의원을 공격했다. 이에 한 의원은 "김 의원은 제가 군단장 할 때 연대장을 하지 않았냐"며 "예의가 있느냐고 하는데 (군) 후배들 보는 데서 하는 행동이 예의가 있느냐. 천년만년 국회의원 하는 거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두 의원의 언성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헌승 당시 국방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