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바이든 정부에 협조적 성향 문제 삼아
투표 길어질 가능성, 강경파 짐 조던에 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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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매카시 '후보'가 가장 유력하지만 투표가 길어질 경우 다른 후보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어 미 의회 현대사에서 전례없는 장기전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전체 의원 434명(민주당 1명 사망으로 결원)이 참석한 3차례 투표에서 모두 과반인 218석을 얻지 못했다. 공화당은 절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222석을 차지하고 있어 참석 의원 과반의 지지가 필요한 의장 투표에서 매카시가 고전할 것이란 예상은 의회 시작 전부터 나왔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1·2차 투표에서 203표에 그쳤고, 3차 투표에서는 바이런 도널즈 의원의 '전향'으로 1표가 오히려 줄어든 202표를 받았다. 19~20명의 공화당 의원이 이탈한 셈인데 민주당은 212명 전원이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에게 표를 던져 대조를 이뤘다.
맷 게이츠와 칩 로이 등 공화당 강경파는 1차 투표에서 같은 당의 앤디 빅스 의원에게 10표, 짐 조던 의원 등에게 9표를 나눠줬지만 2차 투표에는 조던 의원에게 19표를 몰아주며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던은 오히려 연설을 통해 매카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등 떠밀리듯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생겼다.
강경파 의원들은 표면적으로는 의장 불신임 투표 요건 간소화를 가장 큰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지만 매카시에 대해 근본적인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반대의 이유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강경파들은 당의 향후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며 매카시의 지도력에 의문을 던지는 한편 민주당에 너무 협조적인 매카시의 성향을 문제삼고 있다.
랄프 노먼 의원은 매카시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면 파산할 것이고 아마 이미 파산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경파는 또 지난 2015년 매카시가 의장에 도전하다 '벵가지 특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한 것'이란 발언을 해 당에 피해를 주고 중도 포기한 전력 등을 들어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하원은 4일 정오에 다시 모여 재투표를 할 예정이지만 매카시가 반대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장 선출 이후 의원 선서와 상임위 위원장 임명 등이 가능한데 의회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 걸릴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n차 투표 가능성에 매카시는 자신이 지난 2021년 8시간여의 최장 연설을 한 기록을 갖고 있다며 "최다 투표 기록을 세우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화당은 시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 싸우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의장 투표가 두 번 이상 진행된 것은 1923년이 마지막으로, 당시에는 9번에 걸친 투표 끝에 의장이 선출됐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의회 분열로 인해 2달간 133번의 투표가 열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