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구분없이 내리막
월세 선호 현상에도 하락 반전
전세시장 침체 충격 이어진 듯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월세가격은 전월 대비 0.11% 내렸다. 월셋값이 전달보다 떨어진 건 2019년 10월(-0.01%)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월세 하락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수도권은 10월 0.06%에서 지난달 -0.21%로 급락했다. 지방도 같은 기간 0.05%에서 -0.03%로 하락 전환했다. 월셋값이 많이 올랐던 서울도 지난달엔 0.04% 떨어졌다. 서울 월세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 월세 물건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25만원으로 직전 거래가(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경기(-0.30%)와 인천(-0.28%) 월세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수도권이 월셋값 하락을 주도한 것이다.
그동안 월세시장은 전세시장 하락의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시장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신고된 주택 임대차계약 중 월세 비중은 51.8%로 전세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월세 하락 전환이 전셋값의 역대급 낙폭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전세가격은 금리 인상 부담과 입주 물량 증가 등의 현상으로 인해 올해 2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수도권 전세가격 변동률은 -2.18%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 변동률(-1.55%)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시장 침체가 임계점에 달하면서 월세시장으로 충격이 옮겨붙었다"며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공급이 늘고 가격도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고금리로 인한 '월세 선호현상'에도 불구하고 월셋값이 하락 반전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월세시장 역시 약세 장세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시장은 주로 보증금이 많이 낀 '반전세' 형태이기 때문에 큰 폭의 전셋값 하락을 겪고 있는 지역에선 월세도 가격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와 월세 하락 흐름이 지속되면 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 우위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함 랩장은 "월세까지 매물이 누적되면 세입자의 임대차계약 교섭력은 세질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전·월세가격도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