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경우 흉골 최대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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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 후 4분 내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 산소공급이 중단돼 심각한 뇌손상을 입거나 사망한다. 응급조치가 1분 지연될 때마다 환자의 생존 확률은 7~10%씩 낮아진다. 만약 골든타임 내에 심폐소생술 및 AED를 사용하면 환자의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에서도 알수 있듯이 심정지 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예측 불가하다. 때문에 평소 기본 수칙을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심정지 발생 상황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 '2020년 개정된 최근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병원밖 급성심장정지 발생률은 지난 2018년 조사 결과 인구 10만 명당 59.5명으로, 증가추세다. 심장정지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므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는 앞으로 더 많은 심장정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 발견 즉시 119에 신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AED를 요청한다. 심폐소생을 위한 가슴압박은 영아(0∼1세)는 4cm, 소아(2∼7세)는 4∼5cm, 성인(8세 이상)은 약 5cm(최대 6cm) 깊이로 강한 힘을 실어 시행한다. 가슴압박은 가슴 중앙의 복장뼈(흉골)를 이등분했을 때 아래쪽 하부의 중간 부위에 강하게 규칙적으로 빠르게 압박을 시행한다. 이물로 기도폐쇄가 우려되면서 등두드리기를 하거나 복부 밀어내기로 기도를 확보한다.
가슴압박 횟수는 분당 100∼120회, 중단하는 시간은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AED가 준비되면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하고, 119구조대가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을 반복 시행하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전환한 후 119 구급 상담 요원의 안내 대로 CPR을 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응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심폐소생 교육 현실이 생각만큼 촘촘하지 않아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전국 고교 응급처치 교육 실태현황'에 따르면 고교 재학 중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대학생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만이 응급처치 절차와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응급처치 순서만을 알고 있는 비율은 56.4%, AED 사용법을 숙지한 비율은 24.5%였다. 전국 고등학교 내 응급처치 교육 실시율은 90%가 넘지만 실제 심정지 환자를 마주했을 때 적절한 처치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심정지 환자는 연간 3만명이 넘지만, 일반인이 심정지 목격 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2020년 기준 26.4% 정도에 불과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범진호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CPR은 심정지 의증 환자를 발견 할 경우 그 즉시 시행해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CPR을 주저하는 것이 유일한 주의사항으로, 망설이지 말고 CPR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