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면 뒤집는 시행령 개정…기획통 치밀함 보여
진영 논리 넘어 저돌적 행보…'정치가 이미지' 장관 행보엔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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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한 장관의 취임 100일에 대해 긍정·부정 평가가 교차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검사 시절 '기획통이자 특수통'으로 인정받던 시절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에는 '치밀한 전략'을 보이는가 하면, 범죄 대응 체제를 마련하는 데는 기민한 면모를 보였다. 진영 논리와 상관없는 해묵은 법조계 과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다만 논쟁을 회피하지 않는 면모는 취임 100일, 그를 '갈등의 중심'에 서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기획통' 전략가= 한동훈 장관은 취임 이후 검찰의 수사권 복원에 집중했다. 다음달 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외에도 법무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나 법률 대응 등으로 맞섰다.
특히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원) 시도는 '수사 잘하는 기획통 검사'로 평가받던 한 장관의 전략가로서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개정 법 시행을 한달 앞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 법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6개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개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된다.
하지만 시행령안은 법상 '~등' 표현으로 부패와 경제 범죄를 단순 예시로 보고,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시행령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안이 입법예고되자,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국회의 개정 법 조항의 문제점을 간파해 '제대로 허를 찔렀다'고 평가했다. 야당과 법조계 일부는 법 취지에 맞지 않은 '꼼수 시행령', '시행령 쿠데타'이라고 비난했지만, 한 장관은 "국회의 입법 과정을 존중한 것"(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라며 반박했다.
치밀한 전략가 면모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다음달 27일 헌재는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을 연다. 한 장관은 취임 한달 무렵인 지난 6월 27일 "효율적인 심판을 위해 필요하다면 10번이라도 (공개변론에) 나가겠다"며 심판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검수완박 국면을 시행령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는 이론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다"면서도 "검수완박이라는 상황을 극복하고 법질서 확립 차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장관이 정통 법조인에 정치적 감각까지 발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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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합수단 이외에도 한 장관 취임 이후 각종 범죄 대응 수사단이 발족했거나 발족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동부지검에는 범정부 차원 '보이스피싱합수단'이 출범했다. 또 법무부는 올해 하반기 검찰 내에 '조세범죄합수단' 설치를 예고한 바 있다. 검수완박 국면에 따른 수사권 회복 차원의 접근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한 장관의 저돌적인 제도개혁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무관심했던 사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법무부는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금 반환 지연이자를 면제해줬다. 또 제주 4·3사건 희생자 및 유족들에 직권재심 청구 대상을 확대해주는 조치도 했다.
이외에도 한 장관은 취임 후 교정직 처우 개선이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논쟁적인 주제에 적극 나서는 행보를 보였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한 장관의 100일 행보는 해묵은 논쟁이나 진영 논리와는 상관 없이 논란은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자신의 면모를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갈등 중심' 정치가= 물론 지금 한 장관은 검사 출신의 임명직 행정가다. 하지만 그의 취임 100일 행보와 현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정치가'로서 면모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 최근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권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전 정부 시절부터 '앙숙 관계'를 맺어온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의 감정적 갈등이 법무부 장관보다는 특정 진영의 정치가로서 이미지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최강욱 의원의 인혁당 사건 재심 과정에서 검찰의 문제점으로 지적하자, 한 장관은 "말씀하세요. 그냥"이라고 맞받아치다 설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사안마다 감정 대립이 갈등으로 분출될수록 장관으로서 그의 역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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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 후보자를 같은 기수로 임명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으로 더 이상 검찰에 과도하게 개입해 오해를 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 들어 한 장관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정치 감각이 있다고 해서 정치인 면모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정치력이라는 것은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 장관이) 정치인으로 가기 위해서는 (포용하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