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혹은 미국과 FTA 맺은 국가서 채굴·제련해야
업계, 고객사와 협의해 면밀히 대응
일각, 아직 법안 확정까지 지켜봐야
|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LG화학·에코프로비엠·포스코케미칼 등 배터리 셀, 소재사들은 국가별 광물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리튬·니켈·코발트·망간·천연흑연 등의 매장량, 생산 가능성 등도 검토 대상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구성하는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 혼합물)와 양극활물질(전구체에 리튬을 결합한 것)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미국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배터리에는 미국산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을 40%나 써야 한다. 이 비율은 오는 2027년 80%까지 올라간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을 포함한 불편한 국가의 배터리, 광물을 점차 퇴출하겠다는 의도다.
|
먼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은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 호주와 캐나다에서 생산된다. 호주의 니켈 매장량은 2100만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다만 캐나다는 200만톤, 미국 본토에는 34만톤 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니켈의 세계 매장량은 9400만톤으로 인도네시아(2100만톤), 호주, 브라질(1600만톤), 러시아(750만톤)에 전체의 반 이상이 매장돼있다.
리튬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에 920만톤, 호주에 470만톤이 묻혀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지난 2020년 집계한 미국 본토의 리튬 매장량은 75만톤 정도다. 배터리 소재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 주도하에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광산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기존 광산들도 증산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
광물을 정제, 제련하는 장소가 국내에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한국 역시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지난 3~4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공급망 이원화가 이미 구축됐다"며 "광물의 정제, 제련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하면 해결될 문제라 큰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도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에서도 광물을 수급하고 있어서 향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 대부분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이제 막 미 하원을 통과한만큼 법안 해석에 집중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당장 대비책을 마련하기는 조금 이른 상황"이라면서도 "국가별 광물 수입 비중 등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사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트라 워싱턴무역관 조사팀에 따르면 내년부터 미국 정부의 전기차 인센티브 제공은 북미 지역에서 조립, 생산된 전기차에 한정된다. 또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특정 광물이 해외 우려국가(Foreign entity Concern)에서 추출 및 제조되거나 재활용 되는 경우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이란 등 미국과 불편한 국가들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은 "현재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제조업계에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