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공연성·전파가능성 인정해 각 벌금 70만원 선고…2심은 '무죄'
상고심, 원심 파기환송…욕설 들은 제3자와의 관계 및 주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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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60대 주부 A씨와 딸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 등은 2019년 7월 아파트 위층에 사는 C씨가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인터폰으로 C씨와 미성년 자녀들(5·3세)에게 욕설을 하고, 자녀 교육과 인성 등을 비난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 과정에서 C씨의 집을 방문한 D씨와 D씨의 자녀들도 욕설 등을 들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같이 모욕죄는 ‘공연성’이 수반된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재판 과정에서도 인터폰으로 통해 욕설 등을 한 경우, 모욕죄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과 전파가능성 등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 등은 자신들의 행위에 공연성이나 전파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이에 A, B씨에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판단은 무죄였다. 2심은 C씨 등을 모욕하는 발언을 들은 지인 D씨 등이 불특정 다수로 보기 어려워 공연성이 없고, 피해자와 친분이 있어 타인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무죄는 상고심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사실을 적시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특히 전파가능성의 기준으로 피해자 C씨와 지인인 D씨의 관계 정도와 발언의 주제 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C씨의 집에 방문한 D씨와는 2013년 처음 알게 됐고, 2019년부터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월 1~2회 만나는 관계”라면서 “이는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주택(아파트)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행한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의 전파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며 “인터폰이 별도 송수화기 없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구조라는 점에서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