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집값에 분양시장도 비상
공급 확대·대출 규제도 영향
청약 경쟁 뜨거웠던 수도권서도 미계약 사례 늘어
올해부터 분양대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입주나 분양 물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분양한 707개 단지 가운데 117곳(16.5%)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569개 청약 단지 가운데 50곳이 미달된 지난해 3분기(8.8%)와 비교해도 그 비중이 2배 가량 늘었다.
특히 지방은 지난해 4분기 분양 단지 439곳 가운데 117곳에서 청약 미달돼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 비중이 26.7%에 달했다. 같은 해 1분기 11.7%, 2분기 15.8%, 3분기 14.4%보다도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지난달 14~16일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모집에 85명만 신청했다. 같은 기간 청약한 달서구 두류동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 동구 효목동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도 2순위까지 모두 청약 미달됐다.
경북 포항시 남구 ‘남포항 태왕아너스’(지난달 13~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 한신더휴 판타시티’ A2·A4블록(지난달 8~10일)도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울산 울주군 덕하지구 ‘뉴시티 에일린 뜰 2차’(지난달 21~22일)의 경우 967가구 7개 주택형 중 3개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지난달 청약을 받은 경남 사천시 정동면 ‘사천 엘크루 센텀포레’, 전북 익산시 춘포면 ‘익산 더반포레’, 전남 구례군 ‘구례 트루엘 센텀포레’ 등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지방 청약 미달 단지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 말 분양 물량 증가 △대출 규제 강화 △집값 하락 분위기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부터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대출도 차주 단위의 DSR 규제가 강화되는만큼 지역별·단지별로 청약 미달이나 미계약 단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은 여전히 높은 청약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미계약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GS건설이 지난해 11월에 분양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자이더스타’는 당시 1순위 청약에서 1533가구 모집에 2만156명이 몰리며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당첨자 정당계약에서 35%가량인 530여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 포기자의 다수가 청약 부적격자지만 일부는 신용대출 문제로 계약금 마련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최근 주택 거래가 크게 줄고 가격도 약세를 보이면서 지역에 따라 청약 심리도 주춤해진 모습”이라며 “대출 규제 등으로 분양 단지 입지에 따라 청약시장 양극화 또한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청약에 앞서 해당 지역의 공급 물량과 적정 분양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