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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쿠데타 군부가 정권을 잡은 이후 미얀마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혼란에 빠졌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2기 민선정부는 당초 인도에서 받은 150만 도스 분량의 백신과 3000만 도스 분량의 추가 주문 백신을 기반으로 2월 첫째 주부터 의료진·공무원 등 우선 접종 대상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백신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NLD 정부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은 2월 1일 군부 쿠데타로 멈춰 섰다.
코로나19와 싸워오던 미얀마 의료진들 다수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해 파업 등의 형태로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뛰어들었다. 매체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공립 병원을 관두고 자선 병원이나 개인 병원으로 옮겨갔다고 알렸다. CDM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 종사자들은 최소 1만7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얀마 군부는 백신 접종을 이어오고 있지만 전문 의료 인력의 이탈과 불신이란 장벽을 넘기엔 역부족이다. 만달레이의 한 간호사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백신 접종에 대해 “백신 병에서 주사액을 뽑아내는 것부터 주사를 놓는 방법까지 잘못된 점이 너무나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것과 군부에 저항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코로나보다 군부가 더 큰 위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병원을 떠났다고 매체는 전언했다.
군부의 자체 통계에 의하면 지난 4월 21일까지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도 전체 인구 5000만명 가운데 154만명에 불과하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더 적어 34만명에 그친다. 그마저도 1차 접종 대상자들 다수는 쿠데타 발생 전인 지난 1월에 접종한 사람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현재 CDM에 합류해 군부에 저항하고 있거나 구금된 공무원들과 하원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反) 군부 진영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이 군부독재에 대항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군부 정권 역시 카렌주(州)의 주도에서는 CDM에 참여하지 않은 공무원들에게만 백신을 접종하는 등 양측에 의해 백신 접종이 ‘무기화’되고 있다.
군부를 불신하는 시민들은 당연히 접종을 꺼리고 있다. 미얀마 양곤시민 A씨는 20일 아시아투데이에 “군부가 쿠데타 이후 민간인을 800명 넘게 살해한 것을 아는데 그들이 백신 접종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준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백신을 접종하러 병원에 갔다가 도리어 잡히거나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은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미얀마 내 코로나19 검사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 정확한 코로나19 상황 파악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 미얀마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 사례 가운데 60% 이상이 무증상이었던 만큼 실제 확산 정도나 위험성은 더욱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미얀마 국민들은 코로나19보다 쿠데타 이후 이어지고 있는 군부의 잔혹한 만행을 더욱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고위험군 임에도 백신 접종을 거부한 한 시민은 미얀마 나우에 “군부 독재가 무너지면 5000만 미얀마 국민의 삶이 더 좋아질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를 죽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군부와 현지 주민들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사가잉주(州) 타무 마을의 한 주민은 “코로나19는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모든 경우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부 독재로 시민들은 집에서조차 안전하지 않고 모든 곳에서 위험한, 끊임없는 정신적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