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 어간에 지상은 연중 매우 화창한 날씨에 신선한 대기 그리고 싱그러운 신록으로 일렁이게 된다. 대기에는 싸늘한 냉기가 완전히 가시고, 햇볕은 적당히 따뜻하고, 어수선한 바람도 없는 때다. 이 시기는 날씨로만 본다면 동물이나 식물이나 살기에는 연중 가장 좋은 시절이라 할 수 있다. 이때야말로 따뜻한 봄날에 온갖 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진다는 만화방창(萬化方暢)의 계절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 때다.
이 무렵에는 온도가 차지도 덥지도 않아 생명활동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어 동식물들이 부쩍부쩍 성장하게 된다. 이때는 농작물도 잘 자라지만 해충도 번성하고 또 잡초까지도 잘 자라서 농가는 병충해 방제는 물론 각종 잡초 제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오늘날은 입하 무렵이면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서 모가 한창 자라고, 밭에서는 보리 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그러나 과거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때에는 주로 입하 어간에 못자리를 했는데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몰리게 되므로 못자리 물을 빼서 그에 대처해야 한다는 뜻으로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속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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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꽃이 여럿이서 둥근 공처럼 뭉쳐 피고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절에서 정원수로 많이 기르는 불두화(佛頭花·백당나무의 일종)가 이 시기에 핀다. 가장 대표적인 밀원식물(蜜源植物)로서 짙은 향기와 많은 양의 꿀로 유명한 아까시나무는 하얀 꽃을, 역시 밀원식물인 등나무는 연한 자줏빛의 꽃을, 입하 어간에 피운다. 이팝나무는 입하 어간에 그 꽃이 핀다 하여 본래 입하목(立夏木)이라고 불린 데서 생긴 이름이라 하나 그 꽃이 피면 흰색의 꽃잎이 네 개로 길게 갈라져 흰 쌀밥같이 보여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귀룽나무, 층층나무, 산사나무 등의 하얀 꽃과 장미과의 장미, 찔레꽃, 해당화, 황매화, 모과나무 등의 꽃도 입하 절기 중에 핀다. 붓꽃, 금낭화, 꿀풀, 애기똥풀, 돌나물, 씀바귀, 고들빼기, 초롱꽃, 돌단풍, 은방울꽃, 띠, 골풀 등의 풀꽃들도 이 무렵부터 6월이나 7월까지 핀다.
입하 어간에 채취한 차나무의 고운 잎순과 펴진 잎을 따서 만든 차를 세작(細雀) 또는 입하차라 부르는데 우전차에 버금가는 것으로 친다.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艸衣禪師)는 우전보다는 입하차를 더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입하차는 섭씨 70도 정도의 물에 우려 마신다. 한국 최대 녹차 생산지인 보성의 ‘다향제’는 대체로 입하 직전이나 어간에, 그리고 한반도에서 최초로 차나무를 재배한 하동의 ‘야생차문화축제’는 입하 어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