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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이같은 피해 사례들을 소개하며 “공공의 안전을 수호해야 할 사람들이 점점 더 범죄 조직의 일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밝힌 양곤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집에 태워다 주겠다”며 접근한 낯선 차량의 이들로부터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이들은 칼로 청년을 위협해 태웠고 검은 후드를 씌웠다. 차 안에는 이미 수갑이 채워진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곧 경찰서로 끌려가 구금됐다. 다음날 경찰은 청년의 가족에게 전화해서 석방을 원한다면 30만 짯(약 20만원)을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당시 또 다른 4명이 유치장에서 나와 가족들과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들도 강탈의 피해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군경의 강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말에는 군경이 빵을 파는 길거리 노점에서 빵을 빼앗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했다.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강탈하는 공권력의 모습에 시위대는 조롱의 의미를 담아 “우리 빵을 돌려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미얀마 나우는 이 사건이 군사정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군경)이 공공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가식을 재빨리 버렸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쿠데타 이후 군경은 전국 곳곳에서 민간인의 음식과 휴대폰·카메라 등을 뺏고 가정집까지 침입해 가전제품·현금·보석도 강탈하고 있다.
지난달 군부에 반기를 든 뒤 시민불복종운동(CDM) 참여를 위해 탈영한 군장교 툰 미야트 아웅은 “다른 공무원 사이에도 부패는 있다. 그러나 군대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미얀마군은 기본적으로 무장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군 일부는 (민간인들로부터 강탈하는) 이런 수입원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점에 있다. 민간인에게서 부를 뽑아내는 버릇은 매우 뿌리깊게 자리 잡았다”며 “제복을 입고 총을 들었다는 자체로 미얀마군은 민간인들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갈 권리를 준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쿠데타를 계기로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만행이 이미 국경지대의 소수민족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한 카친족 활동가는 약탈을 일삼는 군경의 모습이 “일부 도시민들에게는 충격이겠지만 대다수 소수민족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군인들은 생각없이, 시키는대로 하도록 마치 동물처럼 훈련받았다”고 덧붙였다. 군경이 강탈을 일종의 오락처럼 즐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쿠데타가 발생한 지 석달이 돼가는 미얀마에서는 군경 만행에 맞서 시민들도 사제 총과 사제 폭탄 등으로 무장한 자경단·시민군을 조직했다. 자경단과 시민군에는 군부에 등을 돌리고 CDM에 참여한 군인과 경찰들이 합류해 무장 저항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