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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의 대학생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띤잔을 맞이한 미얀마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13일부터 시작된 띤잔은 미얀마력 새해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처럼 즐거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서로 물을 뿌리며 죄와 귀신을 몰아내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에서는 웃음 대신 분노로 가득찬 시위대가 물 대신 빨간 페인트를 뿌렸다. 또 다른 양곤 시민 B씨는 본지에 “거리 곳곳에 빨간 페인트를 칠하거나 스프레이를 뿌렸다. 군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사망한 순교자(시위 참가 시민들)들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도 “거리에 흐른 형제자매의 피를 잊지 말자는 뜻이다. 아마 지금도 곳곳에서 군부의 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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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폭력도 지속되고 있다.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 등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북부 사가잉주(州) 타무 마을에서는 군경이 계속해 민가에 총격을 가한 탓에 우유를 팔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던 부부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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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 사태가 지난 10년간 민간인 수백만명에게 끔찍한 결과를 안긴 2011년 시리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강화하고 있고 사태가 전면적인 갈등으로 치닫고 있어 두렵다”며 “시리아와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 과거에 저질렀던 치명적인 실수가 또다시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의 수는 700명 이상이다.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며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금돼 있고 쿠데타를 규탄한 유명 인사·언론인과 민주진영 인사들도 체포를 피해 황급히 은신한 상태다. 인터넷 접속 제한·통행금지 등의 조치도 뒤따랐다.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는 국가의 경제·교육·보건 인프라가 붕괴 직전까지 이르렀고 수백만명의 미얀마 시민들이 생계와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와 식량안보의 어려움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난 성명이나 제한적인 표적 제재는 충분하지 않다.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에 중대한 인권 침해와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미얀마 군에 대한 무기와 재정 공급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