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12일 미얀마 카인주(州) 파안에서 경찰관 자녀의 치료를 거부한 소아과 의사 옹 옹 이 박사가 선동죄로 기소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박사의 병원으로 경찰관의 자녀가 이송돼 왔지만 박사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집권한 후 군경이 수십 명의 어린이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다. 박사는 “아동 살해를 저지른 군부의 가족 환자들을 받지 않겠다”는 표지판을 자신의 클리닉 외부에 게시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최소 43명의 어린이를 포함, 7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옹 옹 이 박사의 지인은 미얀마 나우에 “군대가 무고한 시위대를 죽이고 있어 군경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진료 거부는) 그녀의 권리이지만 군경은 그녀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경찰관 자녀의 진료를 거부한 옹 옹 이 박사는 이후 경찰의 출석명령에 불응했다가 자신의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8명의 경찰에 체포됐다. 당국은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반포·유포할 경우 최대 3년형에 처한다”는 형법 505a조를 근거로 박사를 선동죄로 기소했다.
◇ 투자부, 파업참여 공무원 83명 해고…군정 임명 장관은 ‘노쇼’ 굴욕
쿠데타로 민선정부를 축출한 군정에 협력하지 않고, 파업으로 행정을 마비시키고 군정을 무너뜨리겠다는 시민 불복종 운동(CDM)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대외경제투자부는 최근 CDM에 참여한 공무원 83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공무원들에는 관리자급부터 일반 직원들이 포함됐다. 지난달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부는 하루 만에 아웅 나잉 우 소령을 투자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투자부 공무원들은 쿠데타 발발 일주일 후인 2월 8일부터 CDM에 참가했다.
당국은 해당 직원들이 무단 휴직을 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아 해고됐다고 밝혔다. CDM에 참여하려는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도 승진을 미끼로 위협받거나 유인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해고된 한 공무원은 “정의와 불의가 있다. 우리는 독재정권 아래서 일 할 수 없다. 민간정부가 집권할 때까지 버틸 것”이라 다짐했다.
군부는 CDM으로 해고된 공무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아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도 막아놨다. 미얀마 양곤 대학생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CDM에 참여했다 해고된 이후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A씨는 “공무원으로 재취업은 사실상 막혔고 군부와 연관되지 않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은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CDM에 참여했다 해고된 공무원들을 돕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지만 가족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CDM에 참여한 공무원을 대거 해고한 대외경제투자부는 투자 유치를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군정이 임명한 아웅 나잉 우 장관은 지난달 4일 수도 네피도에서 미얀마상공회의소 연합·미국 상공회의소·유럽 상공회의소 등을 회의에 초청했지만 이들은 모두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고 회의는 취소됐다. 이달 3일에 열렸던 유럽연합(EU) 개발원조와 관련된 회의에서도 EU회원국인 프랑스와 독일 대표는 불참했다. 쿠데타로 인해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군정에 제재를 가하거나 신규 투자를 약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관계자를 인용해 “군부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2개월 째 새로운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고된 또 다른 관계자도 군부가 서방국가들과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