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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 군부가 민간인을 무차별로 살해할 뿐 아니라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과 부상한 사람까지 불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았던 지난달 27일 미얀마 북부 뮤즈에 살던 15살 소년인 예 옛 나잉은 “만일 시위에 참가하지 않으면 진정한 뮤즈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그의 모친은 “집을 떠나는 아들을 말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위에 나간 예 옛 나잉은 군경이 발포한 총탄을 맞고 숨졌다. 다음날 아침 가족들은 시신이 아닌 시커멓게 그을린 뼈 더미를 받았다. 미얀마 나우는 해당 사건에 정통한 사회복지단체를 인용해 군경이 사망한 예 옛 나잉의 가족들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무연고자 유해’로 분류해 별도 의식 없이 화장했다고 전했다. 예 옛 나잉과 가족들이 믿고 있는 이슬람교가 화장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군경이 멋대로 처리한 것이다. 예 옛 나잉의 형은 “군경이 내 동생을 완전히 파괴하길 원했다. 겨우 15살인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적어도 우리에게 시신만큼은 돌려줘야 했다”고 분노했다.
매체는 예 옛 나잉처럼 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하거나 종교 의식을 치르기 전 군경에 의해 시신이 훼손됐다는 보고가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다고 덧붙였다. 남부 샨주에서도 최소 시신 10구가 유가족들 몰래 화장됐고 곳곳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들을 화장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부상당한 사람을 산 채로 태우는 만행도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불을 끄려던 40세 남성이 군경이 발포한 총에 가슴을 맞았다. 그는 타이어 더미 위에서 부상을 입은 채 불에 타 숨졌다.
사망한 가족의 장례를 치르는 것도 여의치 않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유가족들이 군 고위 관리나 그 친척들에게 간청해 겨우 시신을 수습하고 작은 장례식을 치르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가족은 매체에 “작은 장례식을 치르게 해달라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했다. 장례식에는 무장 경비원까지 배치됐다”고 증언했다.
미얀마 양곤의 대학생인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군경에 의해 가족이 살해됐는데 죽은 이마저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하게 한다. 승려나 종교인이 와서 의식을 치르고 장례식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못하다”며 “이런 상황을 걱정한 부모 세대들이 시위에 나가는 것을 더욱 만류하고 있다.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죽은 가족이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공포나 죄책감을 심어줘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8일 현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 및 미얀마 나우가 자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사망한 민간인의 수는 606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