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일(寒食日)은 동지로부터 105일째로 청명일과 겹치거나 하루 다음이 되거나 하는데 이 때문에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일반’이라는 말이 생겼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의 4대 제사 명절 가운데 유일하게 음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절기력에 의한 것이라서 날짜가 들쑥날쑥하지 않는다. 한식은 잡귀들이 묶여 있어 ‘귀신 맨 날’로 불리며 손이 없는 날로 여겨 이날 산소의 이장을 하거나 한다. 한식 때가 되면 바람이 심해 불이 나기 쉬우므로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고 술, 과일, 포, 식혜 등으로 제사를 지낸다.
청명일은 4월 5일에 드는 경우가 많아 식목일과 겹치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식목일을 일부러 청명일에 맞춘 것이다. 날이 풀리고 온화하여 식목에 적당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도 땅에 꽂으면 잎이 돋는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로 식목의 적기여서 예로부터 청명에 식목을 장려하였다. <나무 타령>이라는 매우 익살스런 민요가 그 한 예다. “청명 한식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입 맞추어 쪽나무, 양반 골에 상나무, 너 하구 나 하구 살구나무, 이 나무 저 나무 내 밭두렁에 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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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무렵은 화창한 날씨 속에서 땅에서는 제비꽃이 무더기로 피어나고 잎도 나지 않은 나뭇가지에서는 여러 나무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어나 세상을 더 화창하게 만든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복사꽃, 살구꽃, 오얏꽃, 앵두꽃, 명자꽃, 조팝꽃 등의 나무들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일시에 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화사한 꽃들을 숨 가쁘게 피워내 온 천지가 수를 놓은 듯 울긋불긋한 꽃동산들로 변모한다. 아마 지상을 낙원으로 부를 수 있는 때가 있다면 단연코 이처럼 여러 나무 꽃들로 화사한 풍경이 펼쳐지는 청명 어간일 것이다.
그래서 청명 어간은 꽃놀이에 가장 좋은 때다. 우리 선조들은 이맘때 특히 음력 3월 3일 즉 삼짇날 음식과 술을 장만하여 야외에서 하루 동안 화류(花柳) 또는 화전(花煎) 놀이를 하였다. 이 봄꽃놀이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데 청명 절기 중에 열리는 전국의 봄꽃축제들도 그런 전통의 맥이다. 그들 봄꽃축제로서 유명한 것으로는 진해 군항제에서 섬진강 벚꽃축제와 여의도 벚꽃축제까지 남한 각지의 벚꽃축제들, 거제도 대금산과 여수시 영취산과 강화도 고려산 등의 진달래축제, 제주도 우도와 경남 창녕군 남지읍과 경기도 구리시의 유채꽃축제, 강원도 정선의 동강할미꽃축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