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넘게 8만원대서 지지부진
외국인·기관 매도세 전환 영향
美 오스틴 공장 정상 가동 관건
반도체 품귀·D램값 급등 호재
증권가 일각에선 오는 4월을 주가 반등의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당분간 디램과 낸드 가격 상승으로 업황 개선이 기대되며, 올 1분기 억눌렸던 소비 증가로 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 가전(CE) 부문 중심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서다. 향후 관건은 오스틴 공장의 정상 가동과 ‘총수(이재용 부회장) 부재’ 속 신규 투자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이 꼽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0.12% 오른 8만2000원에 거래됐다. 올초와 비교하면 1.2% 떨어진 수준으로, 8만원대를 횡보 중이다.
올초만 해도 ‘10만 전자’ 기대감이 컸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1월 4일 8만3000원에 시작한 주가는 11일 9만1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외국인의 매도세도 한몫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지난 두 달 반(1월 4일~3월 19일) 새 각각 삼성전자를 약 9조원, 6조원 어치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은 15조원 가량 사들이며 주가를 떠받혔다.
설상가상,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미 텍사스주 이상 한파로 삼성전자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부터 가동을 멈췄다. 셧다운 기간이 한 달 가량 이어지자 업계에선 약 4000억원 수준의 매출 손실을 추산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4일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를 3조7000억원에서 3조57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미 텍사스 한파, 일본 반도체 공장 화재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심화와 구글과 아마존 등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투자 등으로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황 개선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서다. IM과 CE도 ‘보복소비’ 효과로 수익 상승이 점쳐진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IM과 CE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3.5%, 30.7%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8조9100억원으로, 38.2% 늘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9일 기준 증권사 23곳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치는 10만5304원으로 현 주가 대비 28.4% 높다.
다만 오스틴 공장 정상 가동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규 투자와 생산증가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급 불균형으로 반도체 제조사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2020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부문 투자액은 약 33조원으로, 2019년 대비 31% 급증했다. 올해도 투자 확대가 점쳐진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스틴 팹 가동 중단 등의 우려를 이유로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했는데, 현재 오스틴 팹은 부분 가동을 재개했고, 완전 가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D램 가격 급등과 낸드 턴어라운드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매우 빠르게 개선될 전망으로,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주가 랠리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