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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지 한달 반이 지난 지금, A씨 저녁은 예전같지 않다. 저녁이면 가족들이 온 집안의 불을 끄고 창가에서 멀찍이 떨어져 혹시라도 군경이 총을 쏘진 않을까, 체포하러 들이닥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군부가 주요 통신사의 휴대전화 인터넷을 차단한 데 이어 일부 지역에선 아예 인터넷도 차단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군부의 만행을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경은 낮은 물론 밤에도 무력진압과 기습체포를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현재까지 미얀마 국민 2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0여명이 지난 엿새동안 사망했다. 연일 이어지는 군부의 탄압에도 미얀마 국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군부를 피해 소규모로 게릴라 시위를 벌이거나 팻말만 세워놓는 무인시위와 야간에 소규모로 촛불을 드는 방식이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초기부터 인터넷에서 미얀마 사태를 알리고 군부 규탄 목소리를 높인 것은 뜻밖에도 미얀마 케이팝(K-POP)팬들이다. 중학생 A씨는 “군부 쿠데타 전까지 정치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쿠데타 이후 지난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이젠 다들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간다”고 말했다.
엑소(EXO)의 팬인 대학생 B씨의 트위터도 쿠데타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쿠데타 전까지는 엑소의 공연 영상과 사진들로 가득했던 B씨의 트위터 타임라인(개인 페이지)에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시위,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는 군경의 사진들과 영어와 한국어로 쓰인 호소문으로 가득찼다.
A씨와 B씨는 아시아투데이에 모두 “아웅산 수 치 국가고문이 가져다 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케이팝도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B씨는 “처음 케이팝 팬 계정으로 미얀마 상황을 알리면서도 이렇게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케이팝을 거쳐 미얀마 상황을 알리다 보니 한국뿐만 아니라 케이팝 그룹을 좋아하는 다른 외국인들까지도 미얀마 상황을 알게 되고 함께 분노하고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NCT를 좋아한다고 밝힌 양곤 직장인 C씨는 자신의 SNS 아이디 뒤에 ‘#Save Myanmar(미얀마를 구하자)’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는 거리시위도 나가고 있다. C씨는 아시아투데이에 “부모님은 정치 얘기를 하지 마라, SNS를 하거나 거기에 정치 얘기를 올리지 말라고 말린다”며 “부모님 세대는 수백명이 죽었던 1988년 민주화 시위 실패라는 두려움에 갇혀 있다. 그러나 우리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 군부처럼 총을 들 순 없지만 핸드폰을 들고 키보드를 들 것”이라고 했다. C씨는 “한국이 미얀마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듯 미얀마에서도 한국에서 나온 미얀마 관련 뉴스를 다시 미얀마어로 번역해서 돌려본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미얀마 사태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