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농협은 이달 우대금리 내려
정부 대출규제 의식 총량 관리
이자유예 등 건전성 악화 선제대응
지난해 ‘빚투’와 ‘영끌’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고, 올해에도 가파른 대출 증가세를 보이자 금융당국도 위험신호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연초부터 대출총액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도 오르는데, 이에 신규 대출자나 기존 대출자 모두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일각에선 이사철에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은행들이 내친김에 금리도 올려받아 수익성을 확보, ‘물들어올 때 노젓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굿뱅크장기 모기지론’의 기준금리를 지난달 24일에 비해 최대 0.13%포인트까지 올렸다. 또 씨티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신용대출’과 ‘더깎아주는신용대출’ 기준금리도 최대 0.13%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신한은행·농협은행도 이달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낮추면서 ‘체감 금리’를 높여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서민금융·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 실수요자금 지원에 집중하려고 대출 조건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8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제재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를 의식, 연초부터 가계대출 증가율 및 총량을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렸다. 구체적으로 농협은행은 기존엔 신규 대출자에게 부여하던 0.2% 우대금리를 없애고, 단기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고객에게 제공해온 우대금리도 0.1%포인트 낮췄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차보전 대출과 원금·이자 유예,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건전성 이슈를 고민해온 은행들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 원금과 이자 유예가 계속 연장되면서 수익성 리스크가 커지자 주택대출과 신용대출 등 여신 금리를 올려 이를 만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와 이자 유예가 지속되면서 은행들 건전성과 수익성 고민이 크다”면서 “최근 대출금리 올리는 것도 이런 부담을 커버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