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축
매서운 애플 돌풍 직격탄
중저가 시장서 내실 키우나
14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IM 부문 매출은 99조5875억원으로 2019년(107조원대) 보다 7.1%나 줄었다.
IM부문의 생산 가동률도 2019년 91.8%에서 지난해 77%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은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9990만대로 전년 14억1260만대보다 8%나 역성장했다. SA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9510만 대에서 2억5430만 대로 13.8%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내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1~3분기까지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수가 딱히 없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핵심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어 신제품 출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애플은 9월까지 신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희비는 4분기에 갈렸다. 애플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2’가 북미, 중국, 유럽 그리고 국내에서 흥행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7994만 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20.8%를 기록했다. 애플 아이폰의 이 기간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에 전세계 ‘애플팬’들의 수요가 쏠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약 6211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16.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준 것은 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은 ‘시장 사수’에 가깝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세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6000만대에 달하면서 지난해보다 9%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스마트폰 소비가 살아난다는 의미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신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삼성전자에 기회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화웨이의 사업 축소가 가속화되면서 수요가 타 업체로 빠르게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단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의 가격을 낮췄다.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 기본형을 99만원대에 내놓은 것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전작인 갤럭시S20 기본형(124만8500원)보다 25만원가량 가격을 낮추자 판매가 확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갤럭시S21 시리즈가 출시 이후 4주차까지 누적 판매량 59만대를 기록해 갤럭시S8(약 62만대)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오는 17일(미국 동부시간)에는 온라인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공개행사인 ‘어썸 언팩’(Awesome Unpacked)을 개최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하던 언팩을 갤럭시A 시리즈까지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A52, 갤럭시A72 등 A시리즈 중에서도 상위 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출시한 갤럭시A32는 벌써 국내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뛰어난 스마트폰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격이 30만원대에 불과하지만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탑재되는 센서를 대부분 지원하는데다 삼성페이, FHD 디스플레이를 갖춘 덕분이다.
한편 IM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조470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2700억원) 대비 23%나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을 덜 썼고 스마트폰 케이스 소재, 부품 변경 등으로 원가 절감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