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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 본 아시아] 로힝야족 “미얀마는 우릴 외면했지만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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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02. 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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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는 <우리가 못본 아시아> 기획을 통해 가혹한 처우를 겪고 있는 로힝야족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라는 종족 명칭도 자신들이 부여한 것이 아니고, 135개 종족으로 구성된 미얀마 국민에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지난 1일 쿠데타로 전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는 2017년 로힝야족 ‘인종 청소’의 주범이었고, 쿠데타로 구금되기 전까지 민선정부를 이끌어 온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과 그가 이끌던 집권당 NLD 역시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외면해 왔습니다. 미얀마에서 외면 받은 로힝야족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가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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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로힝야족도 함께 연대하고 있다. “우리(로힝야)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군부 쿠데타를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연대하고 있는 로힝야인들의 모습./사진=SNS캡쳐 갈무리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지난 9일,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의 로힝야족 난민캠프에서는 촛불을 밝힌 로힝야 난민들이 냄비와 플라스틱통을 두드렸다. 콕스바자르에 위치한 난민캠프들에서도 촛불시위가 열렸다. 미얀마에서 ‘인종 청소’를 당하고 전 세계를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 군부 쿠데타 종식을 위한 연대에 나섰다.

로힝야족은 지난 2017년 미얀마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당시 미얀마 군부가 주도한 토벌 작전으로 로힝야족 수천 명이 사망했고, 70만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난민이 돼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세계를 떠돌게 됐다. 국제사회는 당시 사건에 대해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인종청소의 사례”라며 경악했고 강력히 규탄했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 중이던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도 로힝야족 학살을 외면했다. 수 치 고문은 되려 변호인단을 이끌고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 법정에서 군부의 로힝야족 집단 학살 혐의를 부인하고, 탄압 행위를 변호하고 나섰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수 치 고문은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라며 로힝야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다. 수 치 고문이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던 미얀마 민주주의(民主主義)의 민(民)에는 로힝야족의 자리는 없던 셈이다.

로힝야캠프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군부쿠데타에 반대하며 촛불시위와 함께 냄비, 플라스통을 두드리고 있는 로힝야 난민들의 모습./사진=누어 호세인 SNS캡쳐 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힝야족은 이번 쿠데타 초기부터 미얀마의 반(反)쿠데타 운동과 연대하고 있다. 치타공 로힝야족 난민캠프에 있는 누어 후세인은 “민주주의를 위한 미얀마 내의 투쟁에 함께 한다.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성공을 기원한다”는 로힝야인들의 모습을 전했다. 이 캠프에서는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의 실탄을 맞아 뇌사상태에 빠진 여성의 소식을 접한 로힝야 여성들이 “우리의 자매를 위해 기도한다”며 연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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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살고 있는 로힝야인들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통해 미얀마 내 반쿠데타 운동에 대한 연대를 보냈다./사진=SNS캡쳐 갈무리
치타공 캠프를 비롯, 세계 최대의 난민캠프인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 거주 중인 로힝야족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문구나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속속 연대하고 있다. 미얀마 국내에서도 로힝야족들이 반쿠데타 시위와 총파업 등에 합류하고 있다.

로힝야족이 이처럼 쿠데타 반대 시위에 미얀마 국민들과 연대하는 것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로힝야 학살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양곤에서 거주 중인 로힝야족이라 소개한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로힝야를 외면한 수 치 고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얀마를 위해 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 치 고문을 비롯한 다수의 버마족들은 로힝야를 차별하고 국민으로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군부독재 정권보다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 보다 민주적인 정부가 있는 것이 향후 로힝야와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더 나을 것이고,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힝야족에게는 탄압과 학살에 앞장섰던 군부의 독재가 재현되는 ‘최악’보다는 ‘차악’인 수 치 고문의 민선정부가 보다 나은 선택지인 셈이다.

군부로 대표되어 온 미얀마의 로힝야 차별과 탄압은 모순적이게도 군부 쿠데타를 계기로 다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로힝야족의 반(反)쿠데타 운동 연대에 버마족 미얀마 국민들도 로힝야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일부는 사과에 나서기도 한 것이다. SNS를 통해 미얀마의 시민 불복종 운동과 반쿠데타에 동조하는 로힝야인들의 글에는 버마족 미얀마 국민들의 사과와 감사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버마족 네티즌은 “그간 로힝야에 대한 탄압을 외면해서 미안하다. 독재자(군부)에 의해 분열됐고 그로 인해 증오로 가득 찼다. 외면한 우리를 위해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네 산 르윈 자유로힝야연맹 공동 창립자는 영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반(反) 쿠데타 연대가 로힝야 문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희망을 나타냈다. 네 산 르윈은 “(버마족과 로힝야족 사이의) 연대 운동을 구축하는 것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권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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